유가 상승 속에서도 월가, 사상 최고치 부근서 숨 고르기
미국 증시가 16일 이란 전쟁 향방을 둘러싼 불확실성 속에서도 사상 최고치 부근에서 등락을 거듭하며 방향성을 탐색하는 모습이다. 월가는 다음 큰 움직임에 앞서 추가적인 단서를 기다리는 분위기다.
이날 오전 9시 35분 기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0.2% 상승했다. 전날에는 지난 1월 기록했던 종전 사상 최고치를 넘어서는 등 최근 11거래일 중 10거래일 상승세를 이어갔다.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110포인트(0.2%) 올랐고, 나스닥 종합지수도 0.1% 상승했다.
미 증시는 지난 3월 말 저점 이후 10% 이상 급등했다. 이란 전쟁이 종식되거나 글로벌 경제에 최악의 시나리오를 피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상승세를 이끌었다. 다만 이러한 기대가 현실화될지, 단순한 낙관론에 그칠지는 아직 불확실한 상황이다.
이날 파키스탄 육군 참모총장은 중동 긴장 완화를 위해 테헤란에서 이란 당국자들과 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약 7주간 이어진 전쟁 이후 미국과 이란 간 2차 협상을 성사시키려는 시도다.
국제 유가는 상승세를 보이며 금융시장의 경계심이 여전히 남아 있음을 보여줬다. 국제 기준 유종인 브렌트유 가격은 배럴당 96.24달러로 1.4% 올랐다. 전쟁 이전 약 70달러 수준이던 유가는 한때 119달러까지 치솟는 등, 전쟁 장기화로 페르시아만 지역의 공급 차질 우려가 가격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
ING은행의 워런 패터슨과 에와 만테이 전략가는 “미국과 이란 간 평화 협상이 결렬될 경우 시장의 상방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며 “양측 요구 조건 간 격차가 여전히 커 비현실적인 시나리오는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이와 별개로 미국 주요 기업들은 2026년 초 실적에서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이익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장기적으로 기업 실적이 증시 방향을 결정짓는 핵심 요인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된다.
마시앤맥레넌은 2.2%, 프로로지스는 3.6% 상승하며 기대 이상의 실적을 반영했다.
펩시코 역시 예상치를 웃도는 실적을 발표했지만 주가 상승폭은 0.3%에 그쳤다. 회사가 지난 2월 레이즈, 도리토스, 치토스, 토스티토스 등 스낵 제품 가격 인하 방침을 밝힌 이후 분기 동안 판매량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술주 역시 반도체 업황 기대에 힘입어 전반적으로 지지를 받았다. 대만 반도체 제조업체 TSMC가 2026년 초 매출과 이익에서 시장 예상치를 상회하는 실적을 발표한 데 따른 것이다. 웬델 황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봄철까지 강한 수요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의료기업 애보트는 기대 이상의 실적에도 불구하고 연간 이익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면서 주가가 4.1% 하락했다. 이는 암 진단 기업 엑잭트 사이언스 인수 영향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올버즈는 26.1% 급락했지만, 전날 기록한 582% 폭등분의 일부만 반납한 수준이다. 이 회사는 기존 운동화 사업에서 벗어나 인공지능(AI) 산업으로의 전환을 추진하며 고성능 반도체 칩 임대 사업에 나설 계획이다.
해외 증시도 전반적으로 상승세를 보였다. 일본 닛케이225 지수는 2.4%, 한국 코스피는 2.2%, 홍콩 항셍지수는 1.7% 각각 상승했다.
중국은 이날 1분기(1~3월) 경제성장률이 5%를 기록해 전 분기보다 성장세가 확대됐다고 발표했다. 이란 전쟁의 초기 충격은 비교적 제한적이었지만, 글로벌 경기 둔화가 심화될 경우 수출 중심 경제 구조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채권시장에서는 지난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감소했다는 발표 이후 국채 금리가 소폭 하락했다.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전날 4.29%에서 4.26%로 내려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