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가계부채 양극화…동부는 빚 늘고 온타리오선 연체 급증
캐나다 가계부채를 둘러싼 우려스러운 지표가 잇따라 나타나고 있다. 에퀴팩스 자료에 따르면 2026년 2분기 비(非)모기지 신용대출이 캐나다 전역에서 증가한 가운데 대출 잔액뿐 아니라 연체도 함께 늘었다. 특히 온타리오주는 연체율 상승폭이 전국 평균의 두 배에 가까운 수준을 기록하며 가계의 상환 부담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반면 뉴브런즈윅주는 소비자 신용 증가율이 전국에서 가장 높았지만, 연체율은 오히려 하락했다. 지역별로 부채 증가와 상환 부담이 서로 다른 양상을 보이는 데는 각 지역의 가계부채 수준과 주택시장 흐름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캐나다 비모기지 가계부채 7122억달러
캐나다 가계의 비모기지 부채는 2026년 2분기 7,122억 달러로 집계됐다. 전분기보다 2.1%, 금액으로는 146억 달러 증가했으며, 1년 전과 비교하면 4.6%, 326억 달러 늘었다.
특히 지난 1년간 증가한 부채의 절반 가까이가 올해 2분기에 집중될 정도로 부채 증가 속도가 빨랐다. 2분기 캐나다 소비자 1인당 평균 부채는 2만2,699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6% 증가했다.
문제는 부채만 늘어난 것이 아니라 가계가 이를 감당하기 어려워지는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2분기 비모기지 대출 연체율은 1.76%로 1년 전보다 5bp(0.05%포인트), 비율로는 3.1% 상승했다.
분기 기준으로는 연체율이 오히려 낮아졌지만, 에퀴팩스는 이를 장기적인 개선 추세라기보다 계절적 요인으로 보고 있다.
에퀴팩스의 레베카 오크스 고급 분석 담당 부사장은 3월부터 6월 사이에는 일반적으로 비모기지 부채가 증가하는 반면 연체는 감소하는 계절적 패턴이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전체적으로 보면 캐나다 가계가 빚을 계속 늘리는 동시에 상환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의미다. 다만 주별로 보면 부채 증가와 연체가 동시에 나타나는 것은 아니며, 한쪽 현상이 먼저 나타난 뒤 다른 현상으로 이어지는 양상도 관찰된다.
동부 캐나다, 소비자 신용 증가 가장 빨라
부채 증가 속도에서는 뉴브런즈윅주가 가장 두드러졌다. 2026년 2분기 뉴브런즈윅주의 소비자 1인당 평균 비모기지 부채는 2만3,509달러로, 1년 전보다 7.6% 증가했다.
그 뒤를 퀘벡주가 3.3%, 노바스코샤주 3.2%, 프린스 에드워드 아일랜드주 2.9%, 브리티시컬럼비아주 2.9%로 이었다.
반면 이미 부채가 많은 지역에서는 평균 부채 증가율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증가율이 가장 낮은 곳은 서스캐처원주로 1.2%였으며, 앨버타주가 1.3%, 뉴펀들랜드 앤 래브라도주가 1.4%로 뒤를 이었다.
앨버타주의 경우 2분기 소비자 1인당 평균 부채가 2만 5,082달러에 달했다. 온타리오주 역시 부채 증가율이 2.3%로 전국 평균을 밑돌았다.
이들 지역의 공통점은 이미 소비자 1인당 부채 수준이 높은 곳이라는 것이다. 부채가 많이 쌓여 있는 소비자들은 추가적인 대출을 늘릴 여력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이미 높은 수준의 부채를 안고 있기 때문에 증가율 자체도 낮게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온타리오 연체율 7.9% 급등…전국 평균보다 훨씬 빨라
흥미로운 것은 부채가 가장 빠르게 증가하는 지역에서 오히려 상환 부담이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났다는 점이다.
뉴브런즈윅주의 90일 이상 연체율은 2026년 2분기 1.60%로, 1년 전보다 17bp(0.17%포인트), 9.5% 떨어졌다. 퀘벡주의 연체율도 1.13%로 1bp, 1.0% 하락했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는 연체율이 5bp, 3.3% 상승해 1.6%를 기록했지만 여전히 전국 평균을 밑돌았다.
온타리오주는 정반대의 흐름을 보였다. 90일 이상 연체율이 2026년 2분기 1.9%로 올라 1년 전보다 15bp, 7.9% 급등했다. 전국 평균보다 높은 수준일 뿐 아니라 연체율 악화 속도도 전국 평균보다 거의 두 배 빠르다.
주택시장 호황이 꺾인 이후 온타리오주는 개인 지급불능과 모기지 연체에서도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에퀴팩스 역시 이 같은 상황을 주목했다.
오크스 부사장은 온타리오에서 일부 모기지 보유자들이 다른 신용대출의 상환까지 감당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주택 구입 후 ‘생계형 대출’ 늘어날 수 있어
부채 증가율이 낮은 지역에서 연체율이 높고, 반대로 부채가 빠르게 늘어나는 지역에서 연체율이 낮게 나타나는 현상은 얼핏 모순처럼 보인다. 그러나 주택시장과 신용시장의 순환 구조를 보면 이해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소비자 부채가 빠르게 증가하는 지역은 상대적으로 달러 기준 부채 수준이 낮은 경우가 많다. 반면 부채 증가율이 가장 낮은 지역은 이미 소비자 부채가 가장 많고 연체율도 높은 곳이다. 이는 신용시장과 주택시장의 일반적인 순환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현상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주택가격이 크게 오른 뒤 조정을 받는 과정에서 가계가 소비자 신용대출에 의존하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주택을 구입하면서 저축을 상당 부분 소진한 가계가 생활비와 소비를 유지하기 위해 신용카드나 기타 대출을 활용하기 때문이다.
캐나다의 신용 전문가들은 이를 ‘고통을 견디기 위한 대출(distress borrowing)’이라고 부른다. 집을 사기 위해 이미 재정 여력을 최대한 끌어쓴 가계가 이후 생활비를 충당하기 위해 다시 빚을 내는 현상이다.
이 같은 현상은 캐나다에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가계가 짊어진 부채가 많을수록 예상치 못한 소득 감소나 비용 증가가 발생했을 때 대출 상환을 놓칠 가능성도 높아진다.
주택가격 높은 지역에서 비모기지 대출 증가
비모기지 신용대출은 주택가격이 여전히 높은 수준에 가까운 지역에서 가장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는 온타리오주가 다른 지역보다 특별히 더 취약하다기보다는 이미 가계부채와 주택시장 조정이 먼저 시작된 지역이라는 의미일 수 있다.
온타리오주는 캐나다에서 심각한 주택 가격 조정을 경험한 유일한 지역 가운데 하나이며, 그 시점도 상대적으로 빨랐다. 따라서 다른 주에서 나타나는 현재의 신용대출 증가와 연체 상승이 온타리오보다 늦게 나타나는 현상일 가능성도 있다.
즉 온타리오의 상황이 반드시 다른 지역보다 훨씬 나쁘다기보다는 주택시장과 가계부채의 순환 과정에서 먼저 다음 단계로 진입했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유일한 예외는 앨버타
이 같은 흐름에서 유독 다른 모습을 보이는 지역이 앨버타주다.
앨버타주는 소비자 1인당 평균 부채가 2만 5,000달러를 넘어 캐나다에서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인 동시에 90일 이상 연체율도 2.5%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그러나 연체율은 지난 1년 동안 오히려 0.6% 하락했다.
높은 부채 수준과 전국 최고 수준의 연체율을 기록하면서도 연체율이 개선되고 있다는 점에서 앨버타는 다른 지역과는 다소 다른 경제 사이클에 놓여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결국 캐나다의 가계부채 문제는 전국적으로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다. 동부 지역에서는 아직 신용대출이 빠르게 늘고 있지만 상환 부담은 상대적으로 제한적인 반면, 온타리오에서는 부채 증가 속도는 둔화됐음에도 연체가 빠르게 늘고 있다.
이는 높은 주택가격과 대출 부담을 안고 있는 가계가 주택시장 조정 이후 소비자 신용에 의존하기 시작하면서 나타나는 후속 현상일 가능성이 있다. 캐나다 가계부채 문제가 단순히 ‘빚이 얼마나 늘었느냐’보다 각 지역의 주택시장과 소득, 기존 부채 수준을 함께 살펴봐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