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모기지 갱신하니 주거비가 소득의 절반…캐나다 가계 ‘주거비 쇼크’
올해 모기지를 갱신한 캐나다인 가운데 거의 절반이 갱신 이후 주거비로 가계 예산의 절반 이상을 지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리 상승기에 체결했던 기존 모기지가 만기를 맞으면서 대출금리가 오르고, 이에 따라 주택 보유에 들어가는 비용 부담도 크게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모기지 금리 비교 사이트 레이츠닷씨에이(Rates.ca)가 의뢰하고 리제(leger)가 지난 7월 24~26일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올해 1월 이후 모기지를 갱신한 캐나다인의 82%가 갱신 과정에서 대출 비용이 증가했다고 답했다.
캐나다는 현재 사상 최대 규모의 모기지 갱신 물결을 맞고 있다. 저금리 시기에 받은 모기지가 잇따라 만기를 맞으면서 기존보다 높은 금리로 다시 계약해야 하는 가구가 늘고 있다.
갱신 후 주거비가 가계 예산의 절반 넘어
조사 대상자들이 갱신한 모기지 금리는 대부분 2%에서 4.99% 사이에서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올해 모기지를 갱신한 가구의 45%는 현재 모기지 상환액 등 주거비가 가계 전체 예산의 절반 또는 그 이상을 차지한다고 답했다.
이는 일반적으로 권고되는 주거비 비중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금융기관과 전문가들은 모기지 원리금뿐 아니라 재산세, 난방비, 관리비, 각종 공과금을 포함한 주거 관련 지출이 가계 예산에서 30%를 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캐나다 로열은행(RBC) 역시 주택 관련 비용이 연간 세전 소득의 30~32%를 넘지 않아야 한다고 안내하고 있다. 여기에는 모기지 원금과 이자뿐 아니라 재산세, 난방비, 콘도 관리비 등이 포함된다.
모기지 및 부동산 전문가 빅터 트랜은 이번 조사 결과가 모기지 갱신 이후 일부 주택 소유자들이 얼마나 재정적인 여유를 잃고 있는지를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가계 예산의 절반 이상이 모기지 상환에 들어가면 다른 생활비가 늘어나거나 예상하지 못한 재정적 문제가 발생했을 때 대응할 수 있는 여력이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젊은 주택 소유자가 가장 큰 타격
올해 모기지를 갱신한 대부분의 캐나다인이 비용 증가를 경험했지만 특히 젊은 주택 소유자들의 부담이 컸다.
18~34세 주택 소유자의 경우 무려 90%가 기존보다 높은 금리로 모기지를 갱신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가운데 56%는 현재 주거비가 가계 전체 예산의 50~70%를 차지한다고 답했다.
출생 배경에 따라서도 차이가 나타났다. 캐나다 외 출생 주택 소유자 가운데 주거비가 가계 예산의 50~70%를 차지한다고 답한 비율이 상당한 수준으로 나타났으며, 캐나다 태생 주택 소유자는 35%로 조사됐다.
높은 주택 가격과 모기지 금리 상승이 겹치면서 젊은 세대와 신규 이민자 등 상대적으로 재정 여력이 낮은 주택 소유자들이 더 큰 압박을 받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5년 고정금리 선택 40%…3년은 35%
모기지 갱신 과정에서 어떤 기간을 선택했는지도 조사됐다.
올해 모기지를 갱신한 주택 소유자 가운데 40%는 5년 만기 상품을 선택했다. 35%는 3년 만기를 택했다. 5년을 초과하는 기간으로 금리를 고정한 경우는 7%에 불과했다.
금리 방향에 대한 불확실성이 이어지는 가운데 상당수 주택 소유자들이 장기간 금리를 고정해 향후 월 상환액의 변동 위험을 줄이는 선택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갱신 시점에 임박해서야 모기지 상품을 알아보기보다 충분한 시간을 두고 시장을 비교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갱신 120일 전부터 조건 비교해야”
트랜 전문가는 모기지 갱신을 앞둔 주택 소유자라면 최소 120일 전부터 새로운 조건을 검토하기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갱신 전에 여러 금융기관과 상품을 비교할 시간을 확보해야 금리뿐 아니라 모기지 기간, 상환 기간, 계약 조건과 유연성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 자신의 예산에 가장 적합한 상품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모기지 갱신으로 월 상환액이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있는 가구라면 단순히 가장 낮은 금리만 찾기보다는 전체 가계 예산에서 주거비가 차지하는 비중을 다시 계산해야 한다.
저금리 시기에 받은 모기지가 잇따라 갱신되는 상황에서 캐나다 가계의 모기지 부담은 당분간 주요 경제 변수로 남을 전망이다. 모기지 갱신이 단순히 새로운 금리를 선택하는 절차를 넘어 가계의 재정 건전성을 다시 점검해야 하는 중요한 시점이 되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