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열 르페이지 조사…71%는 상환액 늘어도 이사·임대·다운사이징 계획 없어

 

팬데믹 기간 주택담보대출(모기지)을 받은 캐나다 주택 소유자 가운데 3명 중 1명 이상이 모기지 갱신 시 금리가 올라 월 상환액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높은 상환 부담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지만, 대다수는 비용을 감당하기 위해 이사를 하거나 집을 임대하는 등의 주거 형태 변화는 고려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로열 르페이지(Royal LePage)가 WPP PLC 산하 홍보회사 버슨(Burson)을 통해 실시해 19일 발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본인 거주 주택에 모기지가 있는 캐나다인의 38%가 갱신 시 모기지 상환액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 가운데 26%는 상환액이 소폭 오를 것으로 내다봤고, 12%는 상당한 폭의 증가를 예상했다.

그러나 모기지 갱신을 앞둔 응답자의 71%는 상환액 증가를 감당하기 위해 이사를 하거나 주택을 임대하고, 규모를 줄이는 등 현재의 주거 형태를 바꿀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2021~2022년 갱신자들 불안감 특히 커

 

필 소퍼 로열 르페이지 사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팬데믹 기간 기록적인 저금리 혜택을 누렸던 주택 소유자들이 이제 정상적인 수준의 금리를 적용받게 되면서 불안감을 느끼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캐나다 중앙은행의 기준금리인 익일물 금리는 지난해 10월 이후 2.25%를 유지하고 있다. 다만 최근 중동 지역 전쟁으로 채권 수익률이 상승 압력을 받으면서 고정 모기지 금리도 소폭 오르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응답자의 3분의 1 이상은 과거 모기지를 갱신했을 때보다 이번 갱신을 앞두고 더 큰 불안감을 느낀다고 답했다. 특히 익일물 금리가 사상 최저 수준이었던 2021년이나 2022년에 마지막으로 모기지를 갱신한 주택 소유자들에게서 이런 불안감이 두드러졌다.

캐나다에서 주택 가격이 가장 비싼 시장으로 꼽히는 토론토와 밴쿠버에서도 불안감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토론토에서는 39%, 밴쿠버에서는 45%가 모기지 갱신을 이전보다 더 걱정하고 있다고 답했다.

다만 소퍼 CEO는 이 같은 불안감이 모기지 갱신 자체보다는 두 도시의 높은 주택 가격과 더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분석했다. 주택 가격이 높은 만큼 소득 가운데 모기지 상환에 들어가는 비중도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상환액 늘면 외식·여행·집수리부터 줄인다

 

월 모기지 상환액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 응답자의 4분의 3 이상은 갱신 이후 가계 재정에 부담이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 가운데 30%는 그 부담이 상당한 수준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 재정적 압박을 예상하는 응답자의 58%는 모기지 갱신 이후 선택적 소비를 줄일 계획이라고 답했다. 여행 지출을 줄이겠다는 응답은 절반에 가까웠으며, 38%는 주택 리모델링을 미루거나 취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소퍼 CEO는 이번 조사에서 팬데믹 기간 주택을 구입한 사람들의 모기지 갱신에 대한 불안감이 과거에 비해 오히려 낮아졌다는 점도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과거에는 팬데믹 기간 저금리로 대출받은 주택 소유자들이 금리 상승과 함께 대규모 모기지 연체나 채무불이행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그러나 소퍼 CEO는 이런 우려를 크게 공유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주택 구매자들이 대출을 받을 당시 실제 상환액보다 높은 금리에서도 감당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도록 한 ‘빌 20(Bill 20)’이 금융시장에 안전망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당시보다 높은 상환 부담을 감당할 수 있는지를 사전에 검증한 만큼 시장이 심각한 상황으로 악화되는 것을 막는 장치가 됐다는 설명이다.

캐나다 모기지주택공사(CMHC)에 따르면 2025년 4분기 전국 90일 이상 모기지 연체율은 0.24%로 1년 전 0.21%보다 소폭 상승했다. 다만 팬데믹 이전 수준보다는 여전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임금 상승이 금리 부담 일부 상쇄

 

소퍼 CEO는 2021년 이후 임금 상승률이 물가 상승률을 소폭 웃돌았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팬데믹 기간 모기지를 받은 주택 소유자들의 급여가 당시보다 약 11~12% 증가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미국과의 무역전쟁으로 경제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도 캐나다의 고용시장은 비교적 견조한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현재 주택 가격이 당시보다 같거나 낮은 수준인 데다 금리도 특별히 높은 수준은 아니며, 소득은 오히려 증가했다는 점에서 주택 소유자들의 재정 여건이 팬데믹 당시보다 개선됐다는 분석이다.

현재 캐나다의 5년 만기 고정 모기지 금리는 약 4% 수준이다. 소퍼 CEO는 소득이 증가한 가운데 주택 가격은 같거나 낮아졌고 금리도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높지 않은 만큼 주택 소유자들의 전반적인 재정 상태는 과거보다 나아졌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