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물가 둔화에 경제학자들 "휘발유 하락보다 더 긍정적인 신호"... 근원 물가도 안정세
캐나다의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휘발유 가격 하락에 힘입어 둔화한 가운데, 경제학자들은 단순한 유가 효과를 넘어 물가 전반에서도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통계청(Statistics Canada)이 7월 20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6월 연간 물가상승률은 2.8%로, 5월의 3.2%에서 하락했다. 이는 시장 전망치도 소폭 밑도는 수준이다.
통계청은 전달보다 10% 급락한 휘발유 가격이 전체 물가 둔화의 가장 큰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올봄 중동 분쟁 여파로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휘발유 가격도 크게 올랐지만, 6월 들어 미국과 이란 간 잠정적인 평화 합의가 이뤄지면서 국제유가 상승 압력이 완화됐다.
다만 최근 들어 양국 간 긴장이 다시 고조되면서 휘발유 가격이 재차 오름세를 보이고 있어 일부 소비자들은 이번 물가 둔화를 일시적인 현상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RBC의 네이선 잰즌(Nathan Janzen)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6월 에너지 가격은 여전히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높은 수준이었으며, 중동 긴장이 다시 고조되면서 이후에도 추가 상승했다"고 말했다.
근원 물가도 안정... "의미 있는 변화"
휘발유 가격을 제외하면 6월 물가상승률은 2.2%로 5월과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캐나다 중앙은행은 이란 전쟁으로 촉발된 에너지 가격 상승이 다른 소비재 가격으로 확산되는지를 지켜보기 위해 올해 들어 기준금리를 계속 동결해 왔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중앙은행이 중시하는 핵심(Core) 물가 지표 평균도 6월에는 전체 물가와 함께 둔화했으며, 2020년 12월 이후 처음으로 중앙은행 목표치인 2% 아래로 내려갔다.
잰즌은 월별 물가 지표는 변동성이 크지만 이번 하락은 "의미 있는 변화"라고 평가했다. 그는 지난주 기준금리 결정 당시 중앙은행이 언급했던 것처럼 휘발유 가격 상승이 다른 품목으로 확산되는 현상은 지금까지 제한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다고 분석했다.
TD은행의 레슬리 프레스턴(Leslie Preston)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고객들에게 보낸 보고서에서 7월 휘발유 가격이 다시 오르면서 6월과 같은 물가 하락이 반복되기는 어렵겠지만, 올해 물가는 이미 정점을 통과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프레스턴은 현재 캐나다의 물가 상황을 "안정적(benign)"이라고 평가했다. 경제 전반의 수요가 여전히 약해 기업들이 가격을 인상하기 어려운 환경이 이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6월 물가 보고서는 캐나다 중앙은행이 상당 기간 현재의 기준금리를 유지할 수 있다는 기존 전망을 다시 확인해 준다"고 말했다.
식료품 물가 상승 둔화... 월드컵 영향으로 여행비 급등
식료품 가격 상승률도 6월에는 3.9%로 낮아졌다. 이는 5월의 4.3%보다 둔화된 수치다.
통계청은 포도 가격 하락 등의 영향으로 신선 과일 가격 상승세가 완화됐다고 설명했다. 반면 신선·냉동 닭고기와 일부 제과류, 냉동식품 가격은 오히려 상승폭이 확대되며 과일 가격 안정 효과를 일부 상쇄했다.
한편 토론토와 밴쿠버에서 열린 FIFA 월드컵 경기의 영향으로 숙박과 렌터카 등 여행 관련 서비스 가격은 크게 올랐다.
지난달 온타리오주와 브리티시컬럼비아주의 숙박비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20% 상승했다.
항공요금도 전년 대비 9.6% 올라 3년여 만에 가장 큰 상승폭을 기록했다. 통계청은 항공유 가격 상승과 국내 여행 수요 증가가 주요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당분간 3% 안팎 유지"... 중앙은행은 금리 인상 필요성 낮아
KPMG의 알리 자페리(Ali Jaffery)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6월 휘발유 가격 하락은 "일시적인 숨 고르기"에 불과했다며 전체 물가상승률은 당분간 3% 안팎에서 움직일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월드컵 영향으로 여행 서비스 가격이 급등한 것을 제외하면 소비재 전반에서는 상당한 가격 안정세가 나타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경제에 여유 생산능력이 남아 있는 만큼 기업들이 비용 증가분 대부분을 자체적으로 흡수하고 있으며, 기대인플레이션도 안정적으로 유지될 것으로 보여 중앙은행도 현재 상황을 충분히 감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잰즌 역시 물가가 둔화하고는 있지만 휘발유와 식료품 가격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나 근원 물가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만큼 중앙은행이 기준금리 인상을 통해 경기를 추가로 억제할 필요는 없다고 평가했다.
잰즌은 "주유소에서 높은 기름값을 부담하는 소비자들에게는 큰 위안이 되지 않을 수 있지만, 최소한 중앙은행이 금리를 올려 금융비용까지 추가로 높일 필요는 없다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경기 회복 조짐에도 금리 인하는 아직 먼 이야기
잰즌은 최근 실업률이 낮아지고 경제활동도 다시 증가하는 등 경기 회복 신호가 일부 나타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이것이 경제가 강한 상태라는 의미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RBC는 캐나다 중앙은행의 다음 기준금리 변화는 경제성장세가 본격적으로 회복되는 2027년에나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설령 금리가 인상되더라도 이는 경기 부양이나 억제가 아닌 중립금리 수준으로 정책금리를 정상화하는 제한적인 조치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한편 금융시장에서는 중앙은행이 오는 9월 2일 통화정책회의에서도 기준금리를 현행 수준으로 유지할 가능성을 90% 이상으로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LSEG 데이터앤애널리틱스 집계 결과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