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부담금 인하만으로 주택난 해결 어렵다… CMHC “보조 수단일 뿐”
캐나다 주요 도시의 주택 건설 비용 부담을 낮추기 위해 개발부담금(development charges)을 줄이는 정책이 추진되고 있지만, 이 조치만으로 주택 가격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나왔다.
연방 주택전문기관인 캐나다모기지주택공사(CMHC)는 최근 분석 보고서를 통해 개발부담금 인하가 일부 고비용 지역에서는 주택 공급을 늘리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으나, 구조적인 주거비 격차를 해소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고 밝혔다.
“개발부담금은 인프라 비용 충당 수단”
개발부담금은 지방자치단체가 신규 주택 건설 사업자에게 부과하는 각종 수수료로, 도로·상하수도 등 신규 주거지에 필요한 기반시설 확충 비용을 충당하는 데 사용된다.
연방정부는 최근 수십억 달러 규모의 자금을 투입해 지방정부가 이 부담금을 절반 수준으로 줄이도록 유도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주택 공급을 늘리고 가격 부담을 낮춘다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CMHC 수석 이코노미스트 Mathieu Laberge는 토론토와 밴쿠버 등 고비용 시장에서는 개발부담금 인하가 일부 프로젝트의 사업성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공급 확대 효과는 제한적”
라베르주 이코노미스트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개발부담금을 대폭 줄이거나 없앨 경우 사업성이 확보되는 프로젝트 수는 증가하지만, 그 효과는 도시별로 큰 차이를 보인다.
그는 보고서에서 “개발부담금 인하만으로 캐나다가 직면한 주택 위기를 해결할 수는 없다”며 “공급 확대 효과가 있더라도 많은 도시에서 팬데믹 이전 수준의 주거비 부담을 회복하기에는 부족하다”고 밝혔다.
또한 “일부 지역에서는 공급이 늘어날 수 있지만 그 증가폭은 전체적인 주택난을 해소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고 분석했다.
토론토, 최대 1만6000가구 추가 공급 가능
CMHC 분석에 따르면 토론토의 경우 개발부담금을 90~100% 가까이 줄이면 사업성이 확보되는 프로젝트가 10% 이상 증가할 수 있다. 다만 50~60% 수준의 감축에서는 증가율이 약 5%로 낮아진다.
개발부담금을 전면 폐지할 경우 토론토에서는 연간 1만~1만 6250가구의 추가 공급이 가능할 것으로 추산됐다. 이는 전체 공급 부족분의 최대 절반을 충당하고, 주택 가격을 2019년 수준의 부담 가능성으로 낮추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CMHC는 분석했다.
라베르주는 “개발부담금은 전체 건설 환경에서 중요한 변수이며, 프로젝트의 사업성뿐 아니라 향후 착공 물량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도시별 효과 격차 뚜렷
개발부담금 인하 효과는 도시별로 차이가 크게 나타났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 버나비의 경우 개발부담금을 거의 전면 폐지할 경우 사업성이 확보되는 프로젝트가 약 14% 증가해 가장 큰 효과가 예상됐다.
반면 오타와는 같은 조건에서도 증가 폭이 약 3%에 그칠 것으로 추정됐다.
지방재정 부담도 변수
라베르주는 개발부담금이 지방정부 입장에서는 주요 재원인 만큼 이를 전면적으로 줄일 경우 재정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일부 도시에서는 개발부담금이 여전히 재정 구조의 중요한 축으로 기능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그는 개발부담금이 주택 공급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인 만큼, 정책적으로는 적정 수준에서 유지될 필요도 있다고 덧붙였다.
연방정부, 인프라 지원과 병행 추진
최근 몇 년간 캐나다 정부는 개발부담금을 주택 공급 확대의 주요 장애 요인으로 보고 이를 줄이기 위한 정책을 강화해 왔다.
Mohammad Hussain는 성명을 통해 이번 CMHC 보고서가 개발부담금 인하가 주요 도시의 주택 공급을 다시 활성화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해 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연방정부는 지난 3월 온타리오주와 함께 88억 달러 규모의 인프라 지원 기금을 조성하고, 해당 자금을 받는 조건으로 지방정부가 개발부담금을 30~50% 인하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해당 프로그램 신청 창구는 최근 개설됐으며, 지방정부는 최소 10%의 사업비를 자체 부담해야 한다.
또한 정부는 ‘건강한 지역사회 구축 기금(Build Communities Strong Fund)’을 통해 다른 주들과도 유사한 협상을 진행 중이다.
“단일 해법 아닌 종합 접근 필요”
라베르주는 보고서에서 개발부담금 체계가 도시마다 크게 달라 건설업체들이 비용을 비교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에 CMHC는 전국 단위의 개발부담금 기준 지표를 마련하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그는 “개발부담금 관련 정보의 비대칭이 줄어들지 않으면서, 이를 줄이기만 하면 주택난이 해결될 것이라는 과도한 기대가 형성됐다”고 밝혔다.
또한 인터뷰에서는 개발부담금이 주택 건설 비용을 낮추는 여러 수단 가운데 하나일 뿐이며, 규제 완화와 행정 절차 간소화 등 다른 정책과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만약 주택 문제를 해결할 단 하나의 해법이 있었다면 이미 우리는 그것을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부 측도 개발부담금 인하만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캐나다의 장기적인 주택난 해결에는 주택 생태계 전반에 걸친 복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