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토 주택시장, ‘균형 시장’으로 이동하나…매물 줄며 바이어 우위 약화
토론토 주택시장에서 거의 모든 매물이 경쟁적으로 거래되던 ‘입찰 전쟁’의 시대가 사실상 끝난 데 이어, 이제는 매수자가 협상에서 일방적으로 우위를 점하던 시기도 저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새로운 보고서에 따르면 광역토론토지역(GTA) 주택시장이 마침내 매수자와 매도자 어느 쪽도 뚜렷한 우위를 갖지 않는 ‘균형 시장’으로 향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주 초 토론토지역부동산협회(TRREB)가 발표한 새 자료를 보면 주택 매물을 내놓는 집주인이 줄면서 시장이 점차 팽팽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는 5년 전 과열된 매도자 우위 시장에 이어 장기간 이어진 매수자 우위 시장과 비교하면 눈에 띄는 변화라고 평가하고 있다.
토론토의 모든 유형의 주택을 합친 평균 가격은 팬데믹 기간 저금리와 유연해진 재택근무 환경 등의 영향으로 주택시장이 과열되면서 2022년 2월 133만 4544달러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이후 평균 가격은 정점 대비 25% 넘게 하락하며 시장이 사실상 한쪽 극단에서 다른 극단으로 이동했다.
TRREB 자료에 따르면 2025년 토론토에서 거래된 주택은 6만 2433채에 그쳤다. 이는 2000년 이후 가장 적은 거래량이다.
TRREB의 제이슨 머서 최고정보책임자는 CP24와의 인터뷰에서 이처럼 시장의 상황이 극적으로 달라진 것은 오랜만이라며, 현재 상황이 이번 주택시장 사이클이 바닥에 가까워졌음을 보여주는 신호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시장, 얼마나 달라졌나
TRREB 보고서에 따르면 7월 토론토 지역 주택 거래량은 5995건으로 1년 전보다 0.9% 감소했다. 신규 매물은 1만4484건으로 같은 기간 거의 18% 줄었다. 계절적 요인을 조정하면 6월과 비교해 거래량은 오히려 증가한 반면 매물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 시장이 서서히 조여지고 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주택 가격도 소폭 하락했다.
7월 평균 거래 가격은 100만 3956달러로 1년 전보다 4.5% 낮았다.
머서는 계절적 요인을 감안해 월별 가격 흐름을 보면 시장이 점차 안정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이는 시장 여건이 이전보다 다소 타이트해지고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매수자와 매도자, 중간 지점으로
일반적으로 균형 시장은 매수자와 매도자 어느 쪽도 뚜렷한 우위를 갖지 않는 상태를 뜻한다. 주택은 호가에 가까운 가격에 거래되는 경우가 많아지고, 가격 협상이 보다 일반화되며, 공급과 수요도 한쪽으로 크게 치우치지 않는다.
토론토 웨스트 지역의 부동산 업체 디 에이전시(The Agency)의 제임스 밀로나스 매니징 디렉터는 자신이 만나는 고객들 사이에서도 이런 변화가 점점 뚜렷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단독주택 등 프리홀드 시장에서 균형에 가까운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반면 콘도 시장은 여전히 매수자 중심의 성격이 강하지만, 프리홀드 부문은 현재 매수자 우위 시장에서 벗어나 보다 균형 잡힌 모습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밀로나스는 매수자들이 현재의 대출 비용에 점차 익숙해지고 있는 동시에, 매도자들도 더 이상 2021년과 같은 가격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을 받아들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매수자들은 전반적으로 자신감을 되찾고 있고, 금리는 현재 수준을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강해졌으며, 매도자 역시 현실적인 가격대를 제시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가장 큰 변화는 협상 방식 자체라고 밀로나스는 지적했다.
과거에는 한쪽이 제시한 가격을 다른 쪽이 받아들이거나 거부하는 식이었다면, 이제는 매수자와 매도자 모두 가격을 조금씩 주고받으며 중간 지점을 찾는 협상에 훨씬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불과 6개월 전만 해도 매도자들이 호가보다 크게 낮은 가격의 제안을 무시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양측 모두 현실적인 타협점을 찾기 위해 협상에 나서는 분위기가 강해졌다는 설명이다.
토론토 주택시장이 마지막으로 균형을 보였던 때는
GTA 주택시장이 실제로 균형 시장으로 이동하고 있다면 이는 수년 만에 처음 나타나는 현상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로열르페이지와 브리지마크 리얼에스테이트 서비스의 필 소퍼 회장 겸 최고경영자는 GTA에서 균형에 가까운 시장이 마지막으로 나타났던 시점을 2019년으로 봤다. 당시 연방정부의 모기지 스트레스 테스트가 시장을 진정시킨 이후였으며, 팬데믹이 주택시장을 다시 극심한 변동성으로 몰아가기 전이었다.
그 이후 GTA 시장은 한쪽 극단에서 다른 쪽 극단으로 움직였다. 2021년에는 시장이 크게 과열됐고, 올해 초에는 반대로 매수자가 강한 협상력을 행사하는 상황이 잠시 이어졌다.
소퍼는 현재 이 두 극단적인 상황이 사라지고 있으며, 주택이 시장 상황에 맞는 가격으로 나왔다면 협상 가격도 대체로 매물 가격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시장이 어느 한쪽이 결정적인 우위를 갖지 않는 보다 건강한 중간 지점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시장의 최저점이나 최고점을 맞추려고 하기보다는 필요한 경우 충분한 시간을 두고 주택을 찾아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균형 시장에서는 시장의 타이밍을 맞출 필요가 없으며, 서두르지 않고 여러 매물을 비교하면서 주택을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는 것이다.
앞으로 주택시장은 어떻게 움직일까
매물이 감소하고 주택 가격도 안정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머서는 여전히 상당수 잠재적 매수자들이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지 않고 관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과의 무역전쟁이 이어지는 가운데 향후 대출 비용이 어떻게 움직일지에 대한 확신이 더 필요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소퍼는 이런 관망세가 주택 구입 능력 자체보다는 ‘소비자 심리’의 영향을 더 크게 받고 있다고 봤다.
그는 오히려 예상보다 강한 캐나다 경제 성장세에 주목했다. 자신의 전망에 따르면 캐나다 경제가 미국보다 빠른 속도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다.
소퍼는 캐나다의 2분기 연율 기준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3.4%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미국은 1.5%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캐나다의 경제성장률이 미국의 두 배를 넘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미국 경제가 이란과의 전쟁으로 인한 비용 부담으로 큰 타격을 받고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머서는 앞으로 주택 가격이 계속 안정된다면 시장에 대한 신뢰도 다시 살아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가격이 어느 정도 지지를 받는 모습이 나타나면 투자 가치가 장기적으로 유지될 것이라는 믿음이 커지고, 그동안 시장 밖에서 관망하던 매수자들이 다시 주택시장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