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고기값 당분간 안 떨어진다
캐나다에서 쇠고기 가격이 급등세를 이어가면서 소비자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가뭄과 사육두수 감소, 세계적 단백질 수요 증가가 겹친 ‘완벽한 폭풍(perfect storm)’ 상황이라며 쇠고기 가격이 단기간에 안정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본격적인 바비큐 시즌이 시작되는 가운데 캐나다 쇠고기 가격은 올해 들어 약 12% 상승했다.
토론토의 한 정육점을 찾은 애너스타샤 지누는 이제 스테이크를 “특별한 날 먹는 음식”처럼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다양한 고기 부위를 살펴보면서 종류보다 가격을 먼저 확인한 뒤 상대적으로 저렴한 바베트(bavette) 스테이크를 선택했다.
지누는 “값비싼 부위 대신 저렴한 부위를 선택해도 영양은 충분히 얻을 수 있다”며 “요즘은 좋은 스테이크 한 조각 먹는 것이 거의 사치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이어 “쇠고기 소비량을 절반 이상 줄였다”며 “단백질 섭취를 위해 렌틸콩과 콩류를 식단에 더 많이 넣고 있다”고 덧붙였다.
쇠고기 가격 5년 새 65% 급등
Statistics Canada에 따르면 올해 3월 쇠고기 가격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7% 상승했다.
같은 기간 닭고기 가격은 7.5%, 돼지고기는 6.2% 올랐다.
University of Guelph의 식품경제학자 마이클 폰 매소는 “모든 단백질 가격이 오르고 있는데, 핵심 원인은 쇠고기 가격 급등”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쇠고기 가격 부담 때문에 소비자들이 닭고기와 돼지고기로 이동하면서 해당 품목 가격까지 함께 상승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올해 바비큐 비용은 지난해보다 훨씬 더 비싸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통계청 자료를 보면 2021년 3월과 비교한 쇠고기 가격 상승폭은 거의 65%에 달한다.
가뭄과 사육 감소가 공급난 초래
전문가들은 최근 수년간 이어진 심각한 가뭄이 목초지 상황을 악화시키면서 농가 부담을 키웠다고 설명한다.
사료용 곡물 가격이 급등하자 농가들은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사육 두수를 줄일 수밖에 없었고, 이것이 공급 감소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다만 올해 들어서는 일부 긍정적 신호도 나타나고 있다.
Statistics Canada에 따르면 2026년 캐나다 소·송아지 사육 규모는 전년 대비 2.5% 증가했다. 감소세가 이어지던 가운데 처음 나타난 반등이다.
하지만 쇠고기 산업은 공급 회복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구조라는 점이 문제다.
폰 매소는 “암소를 바로 시장에 내보내는 대신 번식용으로 남겨두고 몇 년간 사육해야 하기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오히려 공급 부족이 심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농가들이 가격 회복으로 어느 정도 자신감을 되찾으면서 암송아지를 판매하지 않고 번식용으로 보유하기 시작했다”며 “장기적으로 공급 확대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가격 하락은 빨라도 2027년 이후”
그렇다면 소비자들이 기대하는 쇠고기 가격 안정은 언제 가능할까.
폰 매소는 최소 2027년 말에는 돼야 가격 하락 흐름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번식용 소가 늘어나면 송아지 출생이 증가하고, 이후 1년~1년 반 정도 지나야 시장 공급으로 연결된다”며 “향후 공급이 조금씩 늘어날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Saskatchewan Cattle Association의 채드 로스 회장은 가격 안정까지 더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로스는 “쇠고기 산업은 역사적으로 약 7년 주기의 사이클을 반복해 왔다”며 “현재 흐름이라면 2033년 무렵부터 가격 하락세가 본격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캐나다 축산업을 떠나는 농가가 꾸준히 늘고 있는 점도 공급 감소를 심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로스는 “현재 캐나다의 번식우 규모는 사실상 1950년대 수준까지 줄어든 상태”라며 “여기에 세계적인 단백질 수요 증가까지 겹치면서 소비자들이 지금처럼 높은 가격을 감당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육점·식당들도 “올여름 힘들다”
쇠고기 가격 급등은 정육점과 식당 업계에도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토론토의 레스토랑 Karachi Nihari & BBQ를 운영하는 무하마드 아딜은 “오늘 주문한 고기 가격만 해도 파운드당 20센트 더 올랐다”고 말했다.
그는 “메뉴 가격을 매일 바꿀 수도 없어 식당 업계 부담이 특히 크다”며 “현재는 수익을 내기보다 생존 자체가 목표인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문제는 고기값만이 아니다. 프로판 가스 가격도 급등하고 있다.
이란과 미국 간 전쟁으로 Strait of Hormuz가 봉쇄되면서 국제 에너지 가격이 상승했고, 이는 프로판 가격에도 영향을 미쳤다.
아딜은 “이달 초 프로판 가격이 21.99달러였는데 지금은 29.99달러까지 올랐다”고 말했다.
소비자들 “스테이크 대신 저렴한 부위 선택”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캐나다인의 쇠고기 소비 자체는 크게 줄지 않았다고 설명한다.
폰 매소는 “사람들이 쇠고기를 완전히 포기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대신 비싼 스테이크 대신 햄버거나 저렴한 부위를 선택하고 있다”고 말했다.
토론토의 정육점 Rosenbaum’s Butcher & Deli를 운영하는 말런 로젠바움 역시 가격 인상을 최대한 늦추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손님들이 스테이크 가격 때문에 발길을 끊지 않도록 일부 비용은 업소가 흡수하고 있다”며 “스트립로인이나 립아이, 필레 같은 고급 부위 대신 상대적으로 저렴한 대체 부위를 추천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비자들 역시 비슷한 선택을 하고 있다.
애너스타샤 지누는 “앞으로는 쇠고기를 일주일에 두 번 대신 한 번 정도만 먹게 될 것 같다”며 “가격이 더 오르면 소비를 더 줄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