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의 3월 소매판매가 증가세를 보였지만, 이를 경기 회복의 긍정적 신호로 해석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휘발유 가격 급등이 판매액 증가를 이끌었을 뿐, 실제 소비 여력은 오히려 약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발표된 Statistics Canada 자료에 따르면 3월 캐나다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거의 1% 증가한 727억 달러를 기록했다. 그러나 증가세의 대부분은 주유소 매출 확대에 따른 것으로 나타났다.

Servus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찰스 세인트아르노는 23일 BNN Bloomberg와의 인터뷰에서 “소매판매 증가의 핵심 원인은 실제 가계 소비 확대가 아니라 휘발유 가격 상승”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주유소 매출은 12.4% 급증했지만 판매된 휘발유 물량은 오히려 1.9% 감소했다. 식료품·개인용품·의류 등을 포함한 핵심 소매판매는 0.1% 줄었고, 물가 변동을 반영한 전체 상품 판매 물량 역시 0.7% 감소했다.

세인트아르노는 “3월 소매판매 증가분은 거의 전적으로 가격 상승 효과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판매액 늘었지만 실제 소비는 정체

 

휘발유 가격은 2월 말 이란 전쟁 발발 이후 급등세를 이어가고 있다. 국제유가 기준인 브렌트유는 전쟁 이전 배럴당 약 70달러 수준이었으나 일주일 만에 100달러를 돌파했고, 4월에는 138달러까지 치솟았다. 23일 기준 브렌트유는 약 103달러, 미국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약 96달러 선에서 거래됐다.

전쟁이 시작된 지 3개월이 지난 가운데, 시장의 가장 큰 관심은 고유가가 얼마나 장기화될지에 쏠리고 있다. 세인트아르노는 “휘발유 가격이 높은 수준을 유지할수록 가계 부담은 더욱 커지고 구매력은 계속 약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4월 잠정치 역시 소매판매 증가를 나타내고 있지만, 이는 소비 금액만 반영한 수치일 뿐 실제 구매 물량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Capital Economics의 북미 담당 이코노미스트 브래들리 손더스 역시 물가 지표와 4월 잠정치를 종합하면 실제 판매 물량은 사실상 제자리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손더스는 “올해 1~2월에 나타났던 소비 회복 흐름이 이란 전쟁 여파로 사실상 중단된 모습”이라고 말했다.

 

“소비 기반 자체가 약해지고 있다”

 

세인트아르노는 자동차 판매 감소는 이미 예상됐던 흐름이라고 설명했다. 2월 판매가 급증한 데 따른 반작용이 있었고, 대부분 업종 역시 1~2월 강한 출발 이후 3월 들어 약세를 보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는 “유가 충격이 시작되던 3월부터 이미 소비자들의 체력이 강하지 않았다는 점이 드러났다”며 “앞으로 소비 위축이 일시적 조정인지, 보다 구조적인 약세인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식료품 가격 상승 압력 지속

 

세인트아르노는 식료품 가격 역시 쉽게 하락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북미 지역의 소 사육 규모가 수십 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줄어든 만큼 쇠고기 가격은 당분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비료와 에너지 비용 상승도 식품 가격을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그는 “캐나다는 대부분의 소비재를 장거리 운송에 의존하는 국가”라며 “운송 비용 상승분의 상당 부분은 결국 소비자 가격에 전가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에너지 가격이 정상화되지 않는 한 인플레이션 압력도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캐나다 중앙은행, 금리 놓고 ‘딜레마’

 

세인트아르노는 Bank of Canada가 현재 상반된 두 압력 사이에서 어려운 선택을 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국내 경제는 공급 과잉과 소비 둔화로 약세를 보이는 반면, 급등한 유가는 하반기 추가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그는 “중앙은행은 이 두 가지 위험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한다”며 “현재처럼 기준금리 2.25%를 유지하는 결정은 상당히 합리적”이라고 평가했다.

손더스는 현재 상황이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와는 다르다고 설명했다. 당시에는 팬데믹 경기부양책과 억눌렸던 소비 수요 덕분에 가계 소비 여력이 상대적으로 강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세인트아르노는 향후 에너지 가격이 빠르게 안정된다면 중앙은행이 금리 인하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반면 중동 지역 긴장이 장기화되고 Strait of Hormuz 봉쇄 우려가 지속될 경우에는 오히려 금리 인상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그는 “앞으로의 통화정책 방향은 단순히 캐나다 국내 경제 상황만으로 결정되지 않을 것”이라며 “통제하기 어려운 국제 변수들이 정책 방향을 좌우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