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물가상승률 2.8%로 상승… 이란 전쟁 영향은 아직 주유소 수준에 그쳐
이란 전쟁 여파로 국제 유가가 급등하면서 캐나다의 물가 상승률이 다시 높아졌다. 다만 전문가들은 현재 발표된 물가 지표에는 중동 전쟁의 본격적인 파급 효과가 아직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고 분석하고 있다.
캐나다 통계청(StatCan)은 22일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전년 대비 2.8%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2024년 5월 이후 가장 높은 연간 물가 상승률이다.
4월 수치는 3월의 2.4%보다 높아진 것이지만, 경제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한 로이터 조사에서는 물가상승률이 3%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됐던 만큼 시장 전망보다는 다소 낮게 나타났다.
휘발유 가격 28.6% 급등
통계청은 중동 전쟁으로 글로벌 원유 운송이 차질을 빚으면서 휘발유 가격이 크게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4월 휘발유 가격은 전년 대비 28.6% 급등했다.
여기에 캐나다 주유소들이 보다 비싼 여름용 휘발유 혼합유로 전환한 점도 가격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
또한 지난해 연방정부가 소비자 탄소세(carbon price)를 폐지했던 점도 올해 물가 비교 기준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됐다.
당시 탄소세 폐지로 리터당 약 18센트의 휘발유 가격 인하 효과가 발생했지만, 올해부터는 그 기저효과가 사라지면서 오히려 물가 상승률을 끌어올리는 요인이 됐다.
다만 통계청은 연방정부가 4월 중순부터 연료 소비세를 일시 중단한 조치가 일부 가격 상승 압력을 완화했다고 설명했다.
이 조치는 일반 휘발유 리터당 약 10센트, 디젤은 약 4센트 인하 효과가 있으며 노동절까지 유지될 예정이다.
여행·렌트비 안정이 상승 압력 일부 상쇄
에너지 가격 급등에도 불구하고 일부 항목은 물가 상승 압력을 완화했다.
4월 여행 패키지 가격은 전년 대비 11% 하락했고, 전국적인 렌트비 상승세도 둔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브리티시컬럼비아주는 인구 감소의 영향으로 렌트비 상승 압력이 크게 완화되면서, 전국에서 유일하게 물가 상승률이 추가 상승하지 않은 지역으로 집계됐다.
“항공권·식료품 영향은 아직 시작 단계”
CIBC의 앤드루 그랜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물가 지표에 항공료 상승분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항공권 가격은 실제 탑승 시점 기준으로 통계에 반영되기 때문에, 유가 급등에 따른 항공 운임 상승은 여름철 물가 지표에 본격적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식료품 물가 상승률은 4월 3.5%로, 3월의 4%보다 다소 완화됐다.
닭고기, 신선채소, 커피, 차 등의 가격 상승세가 둔화된 영향이다.
그러나 BMO의 벤저민 레이츠 캐나다 금리·거시전략 총괄은 이란 전쟁 장기화 시 식료품 가격 역시 다시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그는 “비료 공급 차질과 에너지 가격 상승은 결국 식료품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시간 문제일 뿐 소비자 부담으로 전가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중앙은행, 당분간 금리 동결 가능성
이번 4월 물가 지표는 캐나다 중앙은행(BoC)이 오는 6월 10일 기준금리를 결정하기 전 마지막으로 확인하는 인플레이션 자료다.
중앙은행은 최근 네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2.25%로 동결한 상태다.
TD은행의 레슬리 프레스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현재까지는 이란 전쟁에 따른 유가 충격이 에너지 외의 다른 소비 항목으로 광범위하게 확산되지는 않았다고 분석했다.
중앙은행이 중요하게 보는 근원 인플레이션(core inflation) 역시 예상보다 안정적인 흐름을 보였다는 설명이다.
그는 “현재 물가 흐름만으로는 중앙은행이 금리를 인상해야 할 이유가 거의 없다”고 평가했다.
“중앙은행, 어려운 선택 직면”
캐나다 중앙은행은 현재 유가 급등과 경기 둔화 사이에서 어려운 선택에 놓여 있다.
인플레이션 압력을 잡기 위해 금리를 올릴 경우 이미 둔화된 경제에 추가 충격을 줄 수 있고, 반대로 금리를 낮출 경우 물가 상승세를 더욱 자극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티프 맥클렘 중앙은행 총재는 최근 중동 전쟁에 따른 초기 에너지 가격 상승은 일정 부분 감내하겠지만, 인플레이션이 고착화될 경우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BMO의 레이츠는 이번 물가 지표가 중앙은행 입장에서는 “금리 인상 압박을 전혀 주지 않는 결과”라고 평가했다.
그는 현재 흐름대로라면 중앙은행이 올여름과 초가을까지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다만 에너지 가격 상승이 다른 소비 부문으로 광범위하게 번질 경우 다시 금리 인상 논의가 부상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CIBC의 그랜섬 역시 캐나다 경제 내 수요 둔화가 여전히 물가 상승 압력을 억제하고 있다며, 중앙은행이 2026년 내내 현재 금리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