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이후 휘발유 가격이 오르기 시작하면서 몬트리올에 거주하는 사라 브래들리의 소비 습관도 크게 달라졌다.

그는 이제 여러 식료품점을 돌아다니며 가장 저렴한 상품을 찾고 있다.

브래들리는 “예전에는 한 곳에서 모든 장을 보는 스타일이었다”며 “하지만 지금은 ‘이걸 꼭 IGA에서 사야 하나, 다른 곳에서 더 싸게 살 수 없을까’를 먼저 생각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주 자신의 토요타 RAV4 SUV에 기름을 넣으며 “정말 말도 안 되는 수준”이라고 토로했다.

치솟은 주유 비용이 다른 생활 예산까지 잠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는 차량을 가득 채우지도 못하고 있었다. 리터당 가격이 2달러를 넘어선 페트로 캐나다 주유소에서 24.57달러어치, 12리터만 넣은 뒤 나머지는 회원 할인 혜택이 있는 코스트코에서 주유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브래들리는 “운전을 많이 하는 직업이라 생활 방식 자체가 영향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중동 전쟁 장기화에 유가 급등

 

중동 지역 갈등이 장기화되고 글로벌 원유 공급이 줄어들면서 캐나다 휘발유 가격은 역사적 고점 수준에서 좀처럼 내려오지 않고 있다.

여름 휴가철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은 물론, 성수기가 끝날 때까지도 높은 가격이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캐나다 천연자원부에 따르면 목요일 기준 전국 평균 일반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1.98달러를 기록했다.

국제 유가 상승 흐름과 맞물려 최근 일주일 동안 꾸준히 오른 결과다.

이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발생했던 2022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역대 최고치는 같은 해 6월에 기록된 리터당 약 2.14달러다.

지역별로는 토론토가 리터당 1.94달러, 몬트리올 2.04달러, 밴쿠버 2.23달러, 캘거리 1.90달러, 핼리팩스는 1.92달러를 기록했다.

캐네디언스 포 어포더블 에너지(Canadians for Affordable Energy)의 대표 댄 맥티그는 “우리는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에너지 위기 속에 들어와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현재의 공급 부족 문제는 올해 남은 기간 내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피해 이미 발생… 공급 정상화 오래 걸릴 것”

 

전문가들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이후 봉쇄됐던 호르무즈 해협이 다시 열리더라도 상황이 빠르게 정상화되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핵심 해상 통로다.

맥티그는 “이미 피해는 발생했다”며 사우디아라비아와 카타르, 아랍에미리트(UAE), 쿠웨이트, 이라크 등지의 유전과 정유시설, 천연가스 시설이 공격받은 점을 지적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도 이번 주 보고서를 통해 “공급 차질이 확대되면서 글로벌 원유 재고가 기록적인 속도로 감소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문제는 생산 정상화에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는 점이다.

가동이 중단된 유정을 다시 재개하는 과정은 지층과 유정 내부에서 발생하는 물리·화학적 변화 때문에 매우 복잡하고 오래 걸린다.

여기에 상당수 정유시설들도 생산량을 줄인 상태다.

전쟁이 종료되더라도 피해 시설 복구에는 수개월이 소요될 가능성이 높으며, 일부 핵심 부품은 수년이 지나야 공급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또한 해협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지속될 경우 선박 운항 역시 전쟁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올여름 여행 줄일 수도”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원유와 천연가스의 80% 이상은 아시아 시장으로 향하지만, 석유 가격은 글로벌 시장에서 연동되기 때문에 전 세계 소비자들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유가 정보 플랫폼 가스버디(GasBuddy)의 석유 분석 책임자 패트릭 드 한은 “올여름 휘발유 가격이 어디까지 오를지는 결국 해협 봉쇄가 얼마나 오래 지속되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고유가가 장기화될 경우 캐나다인들이 여행 계획을 줄일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현재로서는 수요가 급감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며 “짧은 여름 시즌 동안 많은 캐나다인들이 부담을 느끼면서도 높은 기름값을 감수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대신 다른 소비를 줄이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식비 줄일 수밖에 없다”

 

몬트리올의 보안요원 알무스타파 하이다라는 이미 가족 식비를 줄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리터당 2.01달러를 표시한 주유소 가격판을 바라보며 자신의 토요타 코롤라에 주유했다.

하이다는 “결국 음식비를 줄일 수밖에 없다”며 “식비를 줄인다는 것은 삶의 질이 그만큼 떨어진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어 “휘발유 가격이 너무 높아 월말 생활비 부담이 계속 커지고 있다”며 “일상생활 자체가 경제적으로 매우 힘든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지역별 가격 격차도 커

 

휘발유 가격은 주별, 도시별로도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가스버디에 따르면 금요일 기준 노스웨스트 준주(Northwest Territories)의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2.52달러로, 매니토바주의 1.82달러보다 39% 비쌌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와 뉴펀들랜드 래브라도주는 전국에서 가장 높은 가격대를 기록하고 있으며, 프레리 지역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편이다.

이 같은 차이는 주정부 세금과 정유시설 위치, 운송 비용, 주유소 간 경쟁 상황 등에 따라 결정된다.

한편 연방정부는 지난 4월 리터당 10센트 수준의 연방 유류세를 오는 9월 7일까지 한시적으로 중단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