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중앙은행(BoC)이 지난해 미국산 제품에 부과한 보복관세가 소비자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을 내놨다. 관세 대상 상품 가격은 비관세 상품보다 평균 약 6% 높은 수준을 기록한 것으로 추산됐다.

캐나다 중앙은행 연구진은 11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오타와 정부의 대미 보복관세가 적용된 상품 가격 흐름을 분석한 결과, 소비자들이 실제로 부담한 가격이 상당 폭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캐나다 연방정부는 2025년 3월부터 약 6개월 동안 미국산 식료품과 의류, 생활필수품 등에 대해 25%의 보복관세를 부과했다. 이는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캐나다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먼저 도입한 데 따른 대응 조치였다.

 

“관세 비용의 약 4분의 1 소비자에게 전가”

 

중앙은행 연구진은 7개 유통업체에서 판매된 10만 개 이상의 관세 부과 상품 가격을 분석하고, 관세 영향을 받지 않은 상품군과 비교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6월 중순까지 보복관세 비용의 약 4분의 1이 소비자 가격에 반영된 것으로 추정됐다. 연구진은 이 같은 가격 전가율이 같은 시기 미국 내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글로벌 관세 정책으로 나타난 수준과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보복관세는 지난해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에도 영향을 미쳤다. 보고서는 보복관세가 헤드라인 인플레이션을 약 0.3%포인트 끌어올린 것으로 분석했다. 다만 2025년 캐나다 연간 물가 상승률은 전반적으로 중앙은행 목표치인 2% 안팎에서 움직였다.

 

미국산 대체 상품 가격은 안정세

 

반면 미국산 제품을 대체할 수 있는 캐나다산 제품이나 비미국 수입품은 같은 기간 뚜렷한 가격 상승이 나타나지 않았다.

보고서는 또 지난해 9월 캐나다 정부가 대부분의 보복관세를 철회한 이후 약 3개월이 지나자 관세 대상 상품 가격도 다시 비교 대상 상품군 수준으로 내려왔다고 밝혔다.

 

“관세 오래 갈수록 가격 인상 확대”

 

연구진은 유통업체들이 무역 갈등이 얼마나 오래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는지가 가격 인상 속도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실제 조사 대상 가운데 한 가전업체는 2025년 4월 2일 이후 제품 가격을 급격히 인상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미국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글로벌 관세 정책을 대폭 강화한 ‘해방의 날(Liberation Day)’ 조치를 발표했다. 캐나다의 보복관세는 이미 한 달 전부터 시행 중이었지만, 업체들은 무역 갈등의 장기화 가능성을 더 크게 반영하기 시작했다는 설명이다.

연구진은 “기업들은 관세가 단기에 끝날 것으로 판단할 경우 대부분의 비용을 자체적으로 흡수하지만,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하면 그 비용 일부를 소비자 가격에 전가한다”고 분석했다.

 

“관세 표시 제품일수록 가격 더 올랐다”

 

소비자에게 ‘관세 적용 상품’이라고 별도로 표시한 제품일수록 가격 인상 가능성이 더 높았다는 점도 확인됐다.

중앙은행은 이러한 관세 안내 문구가 가격 인상 책임을 유통업체보다는 관세 정책으로 돌리는 효과를 냈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이 같은 방식은 소비자 반발 위험을 줄여주고, 유통업체들이 비용 증가분을 가격에 반영할 수 있는 여지를 확대했다”며 “2025년 실제 시장에서도 이러한 현상이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철강·자동차 관세는 여전히 유지

 

현재 캐나다산 대부분의 제품은 캐나다·미국·멕시코 자유무역협정(CUSMA)에 따라 미국 시장에 무관세로 수출되고 있다.

다만 미국은 철강과 알루미늄, 자동차 등 주요 산업 분야에 대한 관세를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캐나다 역시 일부 철강·알루미늄 제품과 CUSMA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미국산 자동차에 대해 보복관세를 유지하고 있으며, 일정 물량을 초과하는 글로벌 철강 수입품에도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