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에 은퇴해 출퇴근에서 벗어나고, 하루를 온전히 자신의 방식대로 살아간다는 꿈은 많은 이들을 매료시킨다.

‘FIRE(Financial Independence, Retire Early·경제적 자립 후 조기 은퇴)’ 운동은 레딧과 유튜브 등을 중심으로 수백만 명의 추종자를 끌어모으며, 공격적인 저축과 철저한 투자로 예상보다 수십 년 일찍 자유를 얻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월세 2000달러를 웃도는 주거비와 정체된 임금에 직면한 캐나다 밀레니얼 세대에게는 한 가지 질문이 점점 더 선명해지고 있다. 과연 FIRE는 현실적으로 달성 가능한 목표인지, 아니면 이미 여유 있는 계층만을 위한 전략인지다.

 

FIRE 기본 구조와 ‘현실의 벽’

 

FIRE의 기본 원리는 단순하다. 소득의 50~70%를 저축·투자하고, 은퇴 후 연간 필요 생활비를 산출한 뒤 여기에 25를 곱해 목표 자산을 설정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연간 4만 5000달러로 생활이 가능하다고 가정할 경우, 이를 25배한 112만 5000달러를 마련해야 한다. 연 4% 수준으로 자산을 인출하며 생활한다는 전제다.

이론상으로는 실현 가능해 보이지만, 토론토나 밴쿠버 같은 고비용 도시에서는 상황이 크게 달라진다.

재무 컨설팅 및 교육업체 설립자 사이잘 파텔(Saijal Patel)은 “월세를 2000달러로 보수적으로 가정하더라도 계산 결과는 분명하다”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주거비, 식비, 교통비, 공과금, 최소한의 여가비를 포함한 기본 생활비는 월 3200~3500달러, 세후 연간 약 4만~4만 2000달러 수준이다.

이 경우 50%를 저축하려면 동일한 금액을 추가로 확보해야 하므로, 세후 8만~8만 4000달러, 세전 기준으로는 약 11만~12만 달러의 소득이 필요하다.

파텔은 “FIRE는 흔히 절약의 문제로 여겨지지만 실제로는 소득의 문제인 경우가 많다”며 “전통적인 50~70% 저축 모델은 평균적인 캐나다인에게 수학적으로 도달하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조기 은퇴를 위한 필요 소득

 

유료 재무설계사이자 세무 전문가인 에드 렘펠(Ed Rempel) 역시 개인이 단독으로 FIRE를 달성하는 길은 쉽지 않다고 본다.

토론토에서 연 7만 5000달러를 버는 직장인의 경우 각종 공제를 제외하면 월 실수령액은 약 4700달러 수준이다.

40세에 은퇴하려면 매달 약 4000달러를 투자해야 하는데, 이 경우 주거비를 포함한 생활비를 감당하기 어려워진다.

렘펠은 “이 모델을 현실화하려면 연간 약 14만 달러의 소득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맞벌이 부부의 경우 상황은 달라진다. 각각 7만 5000달러의 소득이 있을 경우, 월 4000달러의 투자와 동시에 주거비와 생활비를 감당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바리스타 FIRE’ 등 대안 모델 확산

 

최근에는 ‘바리스타 FIRE’나 ‘코스트 FIRE’ 같은 변형 모델이 보다 현실적인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들은 완전한 은퇴 대신 일정 수준의 자산을 확보한 뒤, 파트타임이나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은 일을 병행하며 생활비를 보충하는 ‘준(準)은퇴’ 개념이다.

바리스타 FIRE는 일정 자산을 기반으로 생활비 일부를 투자 수익으로 충당하면서, 나머지를 파트타임 소득으로 메우는 방식이다.

반면 코스트 FIRE는 일정 자산 규모에 도달하면 추가 저축 없이도 시장 성장만으로 노후 자산이 확보된다는 전제하에, 이후에는 계속 일하면서 저축 부담을 줄이는 구조다.

다만 렘펠은 “대다수는 완전히 일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확신이 들기 전까지 직장을 떠나지 않으려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10~20년간 파트타임 일을 이어가는 대신, 정규직으로 2~3년 더 일하는 것이 비슷한 결과를 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상과 현실 사이…핵심은 ‘명확한 계획’

 

전문가들은 온라인상에서 확산된 FIRE 문화와 실제 재무 현실 사이에 큰 간극이 존재한다고 입을 모은다.

렘펠은 특히 수익률에 대한 집착이 과도하다고 지적한다. 그는 “많은 이들이 배당이나 이자 등 소득 자체에 집중하지만, 중요한 것은 현금 흐름”이라고 설명했다.

배당주에 집착하기보다 성장형 자산을 일부 매도해 현금을 확보하는 이른바 ‘자체 배당(self-made dividends)’ 방식이 세금 측면에서 더 효율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28세에 40세 은퇴를 목표로 하는 이들에게 “왜 FIRE를 추구하는지부터 분명히 해야 한다”며 “FIRE는 결코 쉬운 길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목표 자산 규모와 달성 시점,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포함한 계획 수립이 필수적이라고 조언했다.

결국 FIRE는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확정된 해법이라기보다, 소비와 소득, 그리고 삶의 방향에 대해 명확한 기준을 요구하는 하나의 프레임워크에 가깝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