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연방정부의 봄 재정 업데이트에서 예상보다 적은 규모의 재정적자가 확인됐지만, 늘어난 세입 대부분이 신규 지출로 이어지면서 재정 건전성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마크 카니 총리가 이끄는 정부는 최근 회계연도 재정적자가 669억 달러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가을 전망치보다 114억 달러 줄어든 수치다. 당초 2025~2026 회계연도 예산에서는 783억 달러 적자를 예상했으며, 이는 팬데믹을 제외하면 최대 규모였다.

이번 적자 축소는 예상보다 견조했던 경기 흐름과 개인·법인 소득세 증가에 힘입은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이란 전쟁으로 인한 유가 상승도 세수 확대에 영향을 미쳤다.

 

세수 증가에도 대부분 ‘지출’로…“재정 규율 회복” 강조

 

프랑수아-필립 샹파뉴 재무장관은 28일 오타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재정 규율을 회복하고 있다”며 “엄중한 시기에 캐나다 국민은 신중한 재정 운영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재정 업데이트에 따르면 향후 5년간 연평균 세입 전망은 기존보다 약 72억 달러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정부는 이 같은 ‘세수 호조’를 대부분 지출로 전환하기로 했다.

새롭게 발표된 정책에 따른 순지출 증가는 향후 6년간 총 375억 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샹파뉴 장관은 “현 시점에서 국민의 생활비 부담 완화 지원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추가 지출의 절반가량이 생활비 대응에 투입된다”고 설명했다.

 

적자 규모 당분간 고공행진…국가부채 확대 불가피

 

정부는 이번 회계연도 적자가 653억 달러 수준을 유지한 뒤, 2030~2031년에는 532억 달러까지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2025년 예산안보다 소폭 개선된 수치다.

연방 부채는 이미 1조 3330억 달러에 달하며, 10년 말에는 1조 6290억 달러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비율은 2026~2027년 41.5%까지 상승한 뒤, 2030~2031년에도 41.6%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됐다.

정부는 2028~2029년까지 운영 지출과 세입 균형을 맞추고, GDP 대비 적자 비율을 낮추겠다는 ‘재정 앵커’를 유지하고 있다. 다만 과거 쥐스탱 트뤼도 정부가 제시했던 부채 비율 축소 목표는 이번에도 명시되지 않았다.

국채 이자 비용 역시 빠르게 늘고 있다. 정부의 부채 이자 부담은 2026~2027년 587억 달러에서 2030~2031년에는 807억 달러로 증가할 전망이다.

 

야당 “국가 신용카드 남용”…여당 “생활비 지원 불가피”

 

야당은 정부의 재정 운용을 강하게 비판했다. 피에르 폴리에브 대표는 “더 많은 비용, 더 많은 부채, 더 많은 국가 신용카드 청구서를 남기고 있다”며 정부의 재정 정책을 문제 삼았다.

이어 “정부는 생활비가 지난 10년 중 가장 양호하다고 주장하지만 현실과 괴리가 크다”며 식품은행 이용 증가 등을 지적했다.

아비 루이스 대표 역시 “생활비 위기를 해결할 실질적 정책 기회를 놓쳤다”고 비판했다.

또 이브-프랑수아 블랑셰 대표는 “적자 감소는 일부 지출이 집행되지 않았고, 인플레이션과 경기 회복으로 세입이 늘어난 결과일 뿐”이라며 “정부의 재정관리 능력 주장은 ‘보여주기식’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대미 무역 문제 등 산업 리스크 대응이 부족했다고 덧붙였다.

 

생활비 지원 확대…연금·세제 개편도 추진

 

이번 재정 업데이트에는 생활비 부담 완화를 위한 정책이 다수 포함됐다. ‘캐나다 식료품 및 필수품 지원금’과 연방 유류세 한시 면제 등 주요 정책에 향후 6년간 140억 달러 이상이 투입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숙련 기술 인력 확보를 위해 60억 달러를 투자하고, 금융범죄 대응 기관 신설 및 국방투자기관 독립 운영 방안도 추진된다.

또한 정부는 2027년부터 캐나다연금(CPP) 기본 보험료율을 기존 9.9%에서 9.5%로 인하하는 법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캐나다 스트롱 펀드’ 구상…구체성 부족 지적

 

카니 총리는 앞서 ‘캐나다 스트롱 펀드’로 불리는 국부펀드 설립 계획을 예고했지만, 이번 재정 업데이트에서는 구체적인 설계 방안이 거의 제시되지 않았다.

또 향후 5년간 600억 달러의 운영비 절감을 목표로 한 전면적 지출 검토 계획에 대한 추가 내용도 포함되지 않았다. 다만 외부 컨설팅 및 관리 비용을 3년간 20% 줄여 2027~2028년 4억 5000만 달러, 2028~2029년 9억 달러를 절감하겠다는 방안은 제시됐다.

 

대외 변수 여전…재정 전망 ‘불확실성’

 

정부는 향후 재정 전망에 여전히 위험 요인이 존재한다고 평가했다. 미국과의 무역 불확실성과 중동 지역의지정학적 긴장이 대표적이다.

재정 업데이트에 포함된 시나리오에 따르면 중동 분쟁 장기화로 글로벌 공급망이 흔들릴 경우 캐나다 재정 상황이 악화될 수 있다. 반면 안정적인 에너지 수요 증가로 투자 확대가 이뤄질 경우 재정 여건이 개선될 가능성도 제시됐다.

전반적으로 캐나다 경제가 예상보다 견조한 흐름을 보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외 변수에 따른 재정 불확실성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