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전쟁으로 인한 유가 상승이 개인보호장비(PPE)와 플라스틱 원자재 가격을 끌어올리면서, 일상 소비재 가격 인상과 공급 차질 우려가 커지고 있다.

캐나다 온타리오주 본(Vaughan)에 본사를 둔 PPE 제조업체 Ronco Safety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 여파로 석유 기반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일부 일회용 장갑 제품의 공급 부족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직원 약 60명을 둔 이 회사는 캐나다와 아시아 생산시설에서 실험복, 보호용 커버, 보안경, 마스크, 일회용 장갑 등을 생산하고 있다. 회사 측에 따르면 최근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일부 제품의 생산 비용이 20~80% 이상 상승했다.

회사 영업 담당 부사장 다니엘 페키올리는 “3월 초를 기점으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한 것이 핵심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병원, 식품 가공, 화학 작업, 가정용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되는 니트릴 장갑이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이 제품은 석유 기반 합성고무(NBR)로 만들어지며, 중국과 말레이시아 등에서 주로 생산된다.

페키올리는 “몇 주 내로 소비자들은 가격 상승과 동시에 일부 품목의 품귀를 체감하게 될 것”이라며 “5~6월부터 캐나다 시장에서 공급 부족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매장에서 제품을 구매할 때 큰 폭의 가격 인상을 보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석유 부산물 가격 급등…공급망 ‘이중 압박’

 

문제의 핵심은 석유 및 천연가스에서 파생되는 석유화학 제품이다. 이는 플라스틱과 폴리에스터 등 합성 소재의 핵심 원료로, 전 세계 제조업의 기반을 이루고 있다.

특히 글로벌 생산의 절반 이상을 담당하는 아시아 지역은 호르무즈 해협의 ‘이중 봉쇄’의 영향으로 심각한 공급 차질을 겪고 있다.

예를 들어, 정유 과정에서 나오는 플라스틱 수지인 폴리프로필렌은 Ronco Safety의 실험복 생산에 필수적인 원료다. 회사 측은 이미 아시아에서 원자재 배급 제한에 직면해 있다고 밝혔다.

페키올리는 “과거에는 필요한 만큼 원자재를 확보할 수 있었지만, 최근에는 주간 할당량만 공급받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에너지 가격 상승은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원자재 가격뿐 아니라 생산비와 운송비까지 동시에 끌어올리며 공급망 전반에 부담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전체 공급망이 점차 압박을 받고 있다”며 “상승한 비용 일부는 소비자 가격에 반영했지만, 전부를 전가하지는 못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아시아발 충격, 서방 시장으로 확산

 

유통 분석가 브루스 윈더는 이번 충격이 PPE 산업에 국한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플라스틱과 석유화학 제품은 주방용품, 커피메이커, 전자제품 등 수천 가지의 소비재에 광범위하게 사용된다.

그는 “석유는 플라스틱과 각종 부품을 만드는 핵심 원료”라며 “아시아에서 시작된 충격이 점차 서방 시장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전쟁이 장기화될수록 일부 제품의 공급 부족과 가격 상승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커진다”고 전망했다.

그동안 소비자 관심은 주로 휘발유 가격이나 항공료 상승에 집중됐지만, 석유화학 원자재 가격 상승이 미치는 영향은 훨씬 광범위하다는 지적이다.

 

“몇 달 시차 두고 체감”…학용품·연말 상품까지 영향

 

일반적으로 제조 비용 상승이 소매 가격에 반영되기까지는 3~6개월의 시차가 존재한다. 이에 따라 소비자들은 개학 시즌 학용품 가격 상승을 먼저 체감하고, 연말 쇼핑 시즌에는 추가적인 가격 인상 압박을 느낄 가능성이 크다.

윈더는 “제조업체들이 당장은 비용 상승을 흡수하려 하고 있지만, 이는 오래 지속되기 어렵다”며 “결국 어느 시점에서는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란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에너지 가격을 넘어 일상 소비재 전반으로 물가 상승 압력이 확산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