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전쟁 여파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면서 중국 수출업체들이 수영복부터 에어컨에 이르기까지 제품 가격을 인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전 세계 소비자 물가 상승 압력이 다시 확대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생활용품 가격 줄줄이 상승…디플레이션 흐름 반전

 

블룸버그가 무역 데이터 모니터 자료를 분석한 결과, 3월 들어 10여 개가 넘는 가정용품 품목에서 전년 대비 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최근 수년간 글로벌 인플레이션 억제 요인으로 작용했던 중국 수출 가격 하락 흐름이 반전된 것이다.

상하이 소재 의료용 카테터 제조업체의 영업 관리자 팡링은 3월 가격 인상 배경에 대해 “가능한 한 인상을 미뤘지만 결국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며 “플라스틱 가격이 거의 매일 오르는 것을 보며 압박을 느꼈다”고 설명했다.

 

섬유·플라스틱 제품 중심으로 가격 인상 확산

 

이 같은 비용 압박은 다양한 산업으로 확산되고 있다. 폴리에스터 등 합성섬유에 의존하는 수영복, 스키복, 여성용 바지 등의 가격은 3월 한 달간 한 자릿수 초중반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원재료 공급업체들은 같은 기간 섬유 가격을 사실상 매일 인상한 것으로 전해졌다.

고무, 플라스틱, 석유화학 제품에 의존하는 품목들도 가격 급등을 겪고 있다. 특히 주사기 가격은 3월에 최대 20%까지 상승하며 가장 큰 영향을 받았다. 가전제품 역시 금속과 반도체 가격 상승까지 겹치며 이중 압박에 직면했다.

 

“에너지 충격, 글로벌 물가로 전이”

 

이번 가격 동향은 이란 전쟁으로 촉발된 에너지 충격이 세계 2위 경제인 중국을 거쳐 글로벌 유통망으로 확산되는 초기 징후로 해석된다.

지난 약 3년간 중국 수출 가격은 과잉 생산과 치열한 경쟁으로 하락세를 보이며 미국과 유럽 등 주요국의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 역할을 해왔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에 따르면 이 기간 중국발 가격 하락은 선진국 물가 상승률을 약 0.3~0.5%포인트 낮추는 효과를 낸 것으로 추정된다.

불과 2월까지만 해도 영국 등 주요국에서는 중국산 저가 제품이 물가 상승 압력을 완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제조업체들이 비용 상승분을 가격에 반영하기 시작하면서 이러한 완충 역할은 약화되고 있다.

 

주요국 물가 3% 재돌파 가능성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에너지 가격 급등의 영향으로 2026년 유로존, 미국, 영국 등에서 물가 상승률이 다시 3%를 웃돌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이란 전쟁 이전 주요국의 물가가 목표 수준으로 안정될 것이라는 기대와 대비되는 흐름이다.

이 같은 비용 압박은 이미 중국 생산자물가를 3년여 만에 상승세로 전환시켰으며, 골드만삭스는 3월 중 수출가격이 플러스 전환할 것으로 전망했다. 4월 25일 전후에 발표될 공식 통계가 이를 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 반영은 아직 제한적…“앞으로가 문제”

 

현재까지는 수출가격 상승이 소비자 물가에 완전히 전가되지는 않은 상태다. 최근 출하된 상품 상당수가 수주 시점이 수주 전 몇 주 또는 몇 달 전이어서 원가 상승분이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한 완구 등 일부 업종에서는 경쟁 심화와 수요 부진으로 오히려 가격을 인하하기도 했다.

다만 이러한 점은 향후 수개월 내 수출 가격 상승 압력이 본격화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특히 이란 분쟁이 장기화될 경우 물가 상승세는 더욱 가팔해질 전망이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유가가 10% 상승할 경우 중국 수출 가격은 첫해 평균 약 0.5%포인트 상승하며, 충격 발생 후 4~5개월 시점에 정점을 찍는 경향이 있다.

 

 

 

“중국은 충격 일부 흡수”…그러나 세계는 대비

 

스탠더드차타드의 딩솽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수출 가격 상승 폭이 다른 주요 수출국보다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중국이 글로벌 인플레이션 충격의 일부를 흡수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그 배경으로는 부진한 내수 소비와 낮은 임금 상승 압력, 그리고 치열한 경쟁 환경이 기업의 가격 인상 폭을 제한하는 점이 꼽힌다.

그러나 세계 각국은 이미 가격 충격에 대비하는 분위기다. 미국 고객을 대상으로 신규 주문 가격을 7% 인상한 팡링은 추가 인상을 협의하기 위해 미국 방문을 앞두고 있다. 주요 원재료인 PVC 가격은 전쟁 이전 대비 3월 한때 80% 급등했으며, 최근 일부 조정에도 여전히 약 50%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팡링은 “내일 상황을 예측할 수 없어 지쳐가고 있다”며 “이번 사태로 매일 감정이 롤러코스터를 타는 기분”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