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연방정부가 전기차(EV) 판매 의무제를 공식 폐지하는 절차에 들어갔다. 하지만 마크 카니 총리가 이를 대신해 도입하겠다고 약속한 보다 엄격한 자동차 배출가스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연방정부는 지난 14일 관보인 ‘캐나다 가제트(Canada Gazette)’에 전기차 판매 의무제 폐지를 위한 규정안을 게재했다. 기존 제도는 올해 판매되는 신차 가운데 전기차 비중을 최소 20%로 높이고, 2035년에는 100%까지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정부는 판매 의무제를 폐지하더라도 전기차 비중이 2035년 75%, 2040년에는 90%까지 올라갈 것으로 전망했다.

이번 조치는 저스틴 트뤼도 전 총리 정부의 기후변화 정책을 카니 정부가 잇따라 되돌리는 흐름의 하나다. 앞서 소비자 탄소가격제를 폐지하고 석유·가스 생산에 대한 온실가스 배출 상한제도 폐지하기로 했다.

 

판매 의무 폐지하면 온실가스 감축 속도 늦어질 수도

 

연방정부는 전기차 판매 의무제 폐지로 전기차 보급 속도가 늦어질 수 있으며, 기후변화와 관련해 최대 903억 달러의 잠재적 글로벌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인정했다.

기존 제도는 향후 25년 동안 캐나다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3억 7600만 t 줄이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이는 매년 약 300만 대의 승용차가 배출하는 온실가스와 맞먹는다.

카니 총리는 지난 2월 판매 의무제를 폐지하는 대신 더욱 엄격한 자동차 배출가스 기준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정부는 지난 17일에야 새로운 배기관 배출 기준에 대한 협의를 올가을부터 시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2027년 초까지 새로운 배출가스 규정 초안을 마련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방정부는 앞으로 수개월 안에 전국적인 전기차 충전 인프라 전략도 발표할 계획이다.

 

환경단체 “새 기준 마련 전에 폐지하면 전기차 보급 위축”

 

환경단체들은 정부의 일정이 당초 예상보다 늦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러 단체는 새로운 규정 초안이 당초 6월 말까지 마련될 것으로 예상했다고 밝혔다.

카니 총리는 주정부와 자동차 업계의 압박 속에서 판매 의무제를 폐지하기로 방향을 틀었다. 자동차 업체들은 판매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경우 불이익을 받을 수 있는 현행 제도보다 다른 방식으로 배출량을 줄이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주장해왔다. 미국과의 무역전쟁으로 자동차 산업이 타격을 받고 있는 상황도 영향을 미쳤다.

카니 총리가 약속한 새 기준은 차량 1마일당 이산화탄소 또는 이에 상응하는 배출량을 최대 74g으로 제한하는 것이다. 현재 기준은 172g으로, 새 기준이 적용되면 배출량을 56.9% 줄여야 한다.

환경단체들은 새 배출 기준이 마련되기 전에 전기차 판매 의무제를 먼저 폐지하면 전기차 보급이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다른 나라들이 전기차 보급을 확대하는 상황에서 캐나다만 뒤처질 수 있다는 것이다.

클린에너지캐나다의 조애나 키리아지스 정책·전략 담당 이사는 미국을 제외한 세계 주요 시장 대부분에서 자동차 배출가스 기준이 이미 중요한 정책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국가에서는 전기차 판매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전기차 가격도 낮아지는 반면, 캐나다 소비자들은 전기차와 연비가 높은 차량을 선택할 기회가 상대적으로 줄어들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는 국제 정세에 따라 변동성이 큰 휘발유 가격에 대한 소비자들의 부담을 더욱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