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높은 가계부채 수준을 기록해 온 캐나다가 최근까지는 큰 부실 징후를 보이지 않았지만,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캐나다 파산감독청(OSB) 자료에 따르면 지난 4월 파산 및 채무조정 신청 건수가 급증하며 역대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증가세는 주로 가계 부문이 주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파산·채무조정, 경제 현실을 보여주는 후행지표

 

이번 자료는 개인과 사업체를 포함한 전체 지급불능(Insolvency) 신청 현황을 다루고 있다.

지급불능 절차는 채무자가 상환 능력을 상실한 상태에서 자산을 제공하는 대신 채무 경감을 받는 공식적인 법적 절차를 의미한다. 이러한 절차는 공인 지급불능 관리인(LIT)의 감독 아래 진행되며, 소비자 제안(Consumer Proposal)과 파산(Bankruptcy) 모두 지급불능 절차에 포함된다.

어떤 형태의 절차를 선택할지는 주로 부채 규모와 보유 자산 수준에 따라 결정된다.

전문가들은 지급불능 통계가 가장 오해받기 쉬운 경제지표 가운데 하나라고 지적한다. 일반적으로 파산 증가가 곧 경제 악화를 의미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채무 부담이 한계점에 도달한 이후 채무자들이 구제절차를 선택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설명이다.

즉, 지급불능 신청은 경제의 미래를 예고하는 선행지표가 아니라 이미 경제가 어느 지점에 도달했는지를 보여주는 후행지표에 가깝다.

 

4월 지급불능 신청 1만3010건…17년 만에 최고

 

캐나다 파산감독청은 지난 4월 총 1만3010건의 지급불능 신청을 접수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4%(900건) 증가한 수치로,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였던 2009년 4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실제로 역대 4월 기준으로 올해보다 많은 신청 건수가 기록된 것은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뿐이다.

이번 증가세는 사실상 전적으로 가계 부문에서 발생했다.

 

소비자 지급불능 신청 급증

 

4월 소비자 지급불능 신청 건수는 총 1만 2580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0%(934건) 증가한 수치이며, 역시 17년 만의 최고 수준이다. 2009년 4월만이 올해보다 더 많은 신청 건수를 기록했다.

전체 지급불능 신청 가운데 소비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97%에 달한다. 따라서 전체 통계가 소비자 부문에 의해 좌우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최근 소비자 신청 건수 증가 폭 자체가 이례적이라고 평가한다.

캐나다에서는 이처럼 급격한 소비자 지급불능 증가 사례를 흔히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사업체 지급불능은 감소…그러나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

 

반면 사업체 부문의 지급불능 신청은 감소했다.

4월 사업체 지급불능 신청 건수는 434건으로 지난해보다 7.3%(34건) 줄어들었다. 사업체 지급불능 신청은 2년 연속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표면적으로만 보면 사업체들의 재무 부담이 완화되고 있다는 긍정적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그러나 실제 상황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최근 캐나다 내 사업체 수는 거의 3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감소했다. 동시에 폐업하는 사업체 수는 사상 최고 수준에 근접하고 있다.

즉, 많은 사업체들이 공식적인 채무조정이나 파산 절차를 밟기보다 조용히 사업을 접고 시장에서 퇴장하고 있다는 의미다.

 

“사업체 감소는 좋은 소식이 아니라 나쁜 소식이 드러나지 않은 것”

 

이번 통계는 지급불능 지표를 해석하는 데 신중함이 필요하다는 점도 보여준다.

일반적으로 지급불능 신청 증가가 경제 약화를 확인해 주는 신호인 것은 맞지만, 신청 감소가 반드시 경제 호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4월 사업체 부문의 경우가 대표적인 사례다. 지급불능 신청 감소는 긍정적 신호라기보다 단지 부정적인 상황이 통계에 드러나지 않고 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반면 소비자 지급불능 신청이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까지 치솟은 것은 캐나다 가계가 심각한 재정 압박에 직면해 있음을 보여주는 명확한 신호로 해석된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소비자 지급불능 규모가 캐나다 역사상 가장 심각했던 경기침체 국면에서나 볼 수 있었던 수준에 근접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