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자동차 산업 살아남을 것…미국 무역협상 수석대표 낙관론
캐나다의 대미(對美) 무역협상 수석대표가 미국과의 무역 갈등이 격화되는 가운데서도 캐나다 자동차 제조업이 결국 생존할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재니스 샤렛 캐나다 대미 무역협상 수석대표는 12일 온타리오주 본에서 열린 자동차부품제조업협회(APMA) 연례 콘퍼런스에서 “자동차 무역을 둘러싼 단순한 사실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있다”며 “캐나다와 미국의 자동차 교역 관계는 양국 모두 흑자를 누리는 구조이며, 우리가 제시할 수 있는 강력한 논거가 많다”고 밝혔다.
이번 발언은 캐나다 자동차 산업이 중대한 전환점에 놓여 있으며 적절한 대응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심각한 쇠퇴를 겪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잇따른 행사장에서 나온 것이어서 주목을 받았다.
“자동차 관세 철폐가 최우선 과제”
샤렛은 현재 자신이 이끄는 협상팀과 도미닉 르블랑 국제무역부 장관이 미국의 자동차 관련 관세 철폐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고 설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완성차뿐 아니라 철강과 알루미늄 등 핵심 원자재에도 부문별 관세를 부과한 상태다.
그는 또한 곧 시작될 캐나다·미국·멕시코 협정(CUSMA) 재검토 협상도 중요한 과제라고 밝혔다.
세 나라는 오는 7월 1일까지 협정을 연장해 2042년까지 유지할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르블랑 장관은 협정 연장이 캐나다 국익에 부합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혔지만 미국 측은 아직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만약 협정 연장이 이뤄지지 않더라도 CUSMA는 2036년까지 효력을 유지하지만 매년 재검토 대상이 되는 불확실성을 안게 된다.
샤렛은 최선의 시나리오로 미국과 캐나다, 멕시코가 오는 7월 협상에서 관세 철폐와 협정 연장에 동시에 합의하는 상황을 제시했다.
“북미 자동차 산업은 양국 관계의 핵심”
그는 북미 자동차 산업이 캐나다와 미국 관계의 최전선에 있는 산업이라고 평가했다.
미국은 캐나다를 자국산 자동차의 최대 수출시장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캐나다 역시 자동차 제조업이 경제를 지탱하는 핵심 산업이라는 점에서 양국 모두가 혜택을 얻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이날 행사에 참석한 업계 관계자들의 시각은 다소 달랐다.
혼다 “국내 정책이 경쟁력 약화”
혼다 캐나다의 데이브 제이미슨 최고경영자(CEO)는 무역 갈등과 전기차 전환이라는 이중 압박 속에서 캐나다 정부 정책이 오히려 산업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캐나다의 환경정책과 산업정책이 충분히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퀘벡주와 브리티시컬럼비아주가 자동차 제조업체들에 대해 무공해 차량 판매 비중을 지속적으로 확대하도록 요구하면서도 하이브리드 차량 판매 확대에는 충분한 비중을 두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혼다는 지난 4월 온타리오주 앨리스턴에 추진하던 150억 달러 규모의 전기차 및 배터리 생산단지 투자 계획을 무기한 연기했다.
제이미슨은 이를 투자 취소가 아닌 연기라고 설명하면서도 캐나다 자동차 산업의 미래를 위협하는 세 가지 장기 위험 요인을 제시했다.
“미국 시장 접근성 유지가 핵심”
그가 꼽은 첫 번째 위험은 미국 시장에 대한 안정적 접근성 확보 문제다.
그는 미국 시장 진출이 불확실해질 경우 자동차 생산시설에 필요한 대규모 투자를 정당화하기 어려워진다고 지적했다.
또한 단기적으로 미국과의 무역 갈등이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제이미슨은 “향후 90일은 매우 어려운 시기가 될 것”이라며 “캐나다 국민들이 이를 견뎌낼 준비가 돼 있기를 바란다. 상황은 상당히 거칠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저가 국가 지원 경쟁자 경계해야”
두 번째 위험 요소로는 신규 경쟁자에 대한 적절한 규제 장치 마련의 필요성을 꼽았다.
그는 특정 국가를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국가 보조금을 기반으로 한 저가 경쟁업체들이 시장 왜곡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제이미슨은 “혼다는 일본에서 조립 키트를 가져와 일본인 노동자와 일본산 부품만으로 사업을 운영하지 않았다”며 “캐나다 진출 이후 빠르게 현지 산업과 지역사회에 통합됐다”고 강조했다.
이는 사실상 중국 업체들의 북미 시장 진출 확대를 우회적으로 경계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하이브리드차가 가장 현실적인 대안”
그는 세 번째 과제로 투자 유치를 촉진할 수 있도록 규제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하이브리드 차량이 캐나다 시장에 가장 적합한 해법이라고 평가했다.
전기차보다 가격 부담이 낮고 캐나다의 혹독한 겨울 기후에서도 성능이 우수하며, 동시에 탄소 배출량을 25~30% 줄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지난해 혼다는 캐나다 전체 자동차 생산량 약 120만 대 가운데 40만 대를 생산했다.
그러나 현재 캐나다에서 생산 중인 시빅(Civic)과 CR-V 모두 미국에서도 생산되고 있어 캐나다의 생산비용이 상승하거나 경쟁력이 떨어질 경우 생산 물량이 다른 지역으로 이전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제이미슨은 “향후 생산 배정 물량을 더 유리한 지역에 빼앗길 위험이 있다”며 “이러한 변화는 하루아침에 일어나지 않는다. 서서히 진행되다가 결국 산업 기반이 약화되는 방식으로 나타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