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에서 주택담보대출(모기지)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가계가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집값이 높은 온타리오주와 브리티시컬럼비아(BC)주에서 연체 증가세가 두드러지며 가계 재정 압박이 심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용평가사 에퀴팩스 캐나다(Equifax Canada)가 27일 발표한 ‘마켓 펄스(Market Pulse)’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국 모기지 연체 잔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2% 증가했다. 지역별로는 온타리오주가 52%로 가장 큰 증가폭을 기록했고, BC주는 36% 상승했다.

에퀴팩스 캐나다는 “고가 주택 시장에서 나타나는 연체 수준은 심각한 재정 압박 상황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연체 가계 부채 규모도 증가

 

모기지 상환을 제때 하지 못한 주택 소유자들의 비(非)모기지 연체 부채 평균은 5만 4000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보다 4.6% 늘어난 수치다. 이들의 연체 모기지 평균 잔액 역시 13.2% 증가한 35만 5500달러에 달했다.

주택 소유자들의 지급불능 사례도 증가세를 보였다.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주택 보유자의 파산 및 채무조정 신청은 2025년 4분기 대비 11% 늘었다. 지급불능 상태에 빠진 모기지 보유자들의 평균 비모기지 부채는 8만 2400달러였다.

특히 이들 가운데 90% 이상은 파산보다는 소비자 채무조정(Consumer Proposal)을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전체적으로 보면 모기지 연체율 자체는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90일 이상 연체 비율은 0.22%로 팬데믹 이전 수준보다도 낮았다.

에퀴팩스 캐나다의 고급 분석 부문 부사장 레베카 오크스는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가능한 한 끝까지 모기지 상환을 우선적으로 지키려 한다”며 “그럼에도 모기지 연체는 가계 전반의 재정 스트레스를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라고 설명했다.

 

고금리 영향 본격화

 

전문가들은 고금리 환경이 모기지 연체 증가의 핵심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오크스는 “팬데믹 기간에는 금리가 매우 낮았지만 이후 금리가 오르면서 모기지 보유자들에게 부담이 나타나기 시작했다”며 “특히 지난 2년 동안 높은 금리로 갱신해야 하는 차주들이 늘어나면서 연체 수준이 더욱 뚜렷하게 상승했다”고 말했다.

반면 모든 지역이 같은 상황은 아니다. 퀘벡주와 서스캐처원주 등 일부 지역에서는 오히려 연체 수준이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오크스는 앞으로도 높은 금리로 재계약을 해야 하는 모기지가 계속 나오면서 연체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금리가 안정세를 유지한다면 상황이 점차 완화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금리가 다시 상승할 경우 가계 재정 압박이 한층 더 커질 수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보고서는 또 캐나다 전체 지급불능 건수가 2009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올해 1분기 지급불능 건수는 전년 대비 18.8% 증가했다.

 

“집값 하락·고금리·고용불안 겹친 결과”

 

토론토의 모기지 중개업체 버틀러 모기지(Butler Mortgage)의 대표인 론 버틀러는 현재의 연체 증가 현상을 “퍼펙트 스톰”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가장 큰 원인으로 최근 몇 년간의 집값 하락을 꼽았다.

버틀러는 “2009년부터 2023년까지는 생활비 부담이나 실직 문제가 생겨도 주택 자산을 활용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며 “특히 2020년부터 2022년 사이 온타리오에서 집을 산 사람들은 현재 집값이 매입 당시보다 낮은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높은 금리와 불안정한 고용시장까지 겹치면서 연체 위험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는 “실직이나 소득 감소, 보너스 축소, 초과근무 감소 등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모기지 상환액까지 늘어나면 결국 연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투자 목적의 주택 구매자들이 더 큰 타격을 받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버틀러는 온타리오주 브램턴을 사례로 들며 유학생 임대 수익을 기대하고 주택을 구입했던 투자자들이 최근 유학생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현재 수준의 연체율이 금융권 전체를 위협할 정도는 아니라고 평가했다.

버틀러는 “연체 증가 추세는 가파르지만 아직까지 은행들이 감당하지 못할 수준의 부실이나 디폴트 비율은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