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운사이징 원정기 (9)
진태훈 대표 - BayTree Real Capital
▣ 콘도 거주, 호불호가 나뉘다
다운사이징을 결정하기 훨씬 전부터 콘도와 주택, 이 두 가지 거주 형태를 모두 경험해 본 지인들에게 종종 의견을 묻곤 했습니다. 그런데 반응은 신기할 정도로 뚜렷하게 두 갈래로 나뉘었습니다.
콘도 거주 반대파(?!)들이 주로 꼽은 불편은 이러했습니다. 콘도는 공간이 좁고 답답하다는 점, 현관문 틈으로 스며드는 이웃집 요리 냄새, 장을 보고 난 뒤 물건을 옮기는 게 번거롭다는 점 등이었죠.
반면에, “너무 편하고 좋다!”콘도 생활을 적극 추천하는 찬성파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오히려 찬성 의견이 조금 더 우세했던 터라 ‘아, 이건 분명 뭔가 있긴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언젠가는 직접 경험해 보고 싶다는 마음도 조금씩 자라나고 있던 와중이었습니다.
여러 우여곡절 끝에 다 자란 아이들이 분가하면서 다운사이징이 가능한 환경이 마련되었고, 동시에 이를 미루기 어려운 경제적 현실과도 마주하게 되면서, ‘언젠가는...’ 하고 미뤄 두었던 그 일을 결국 실행에 옮기게 되었습니다. 평생 한 번도 살아본 적 없던 콘도. 거주 8개월 차인 지금, 우리 부부가 내린 결론은 한마디로 “매우 만족” 입니다.
▣ 닥쳐보니, 길은 있었다
이사 초기 가장 큰 걱정이었던 공간 문제는, 사용하지 않는 물건들을 이 기회에 과감히 정리하고, 가구를 콘도에 맞게 ‘공중부양’ 시키는 방식으로 깔끔하게 해결 할 수 있었습니다. 그밖에 반대파 지인들이 “이런 점들이 불편할 거야…”라며 고개를 저었던 문제들 역시 해결책은 생각보다 아주 가까이에 있었습니다.
이사 초반에는 실제로 이웃집에서 무슨 거창한 요리라도 하는 날이면, 음식 냄새가 현관문 틈을 타고 스멀스멀 들어오기도 했습니다. 물론 요즘은 거의 그런 일이 없지만, 처음 겪었을 때는 ‘아 이거 꽤 불편할 수도 있겠구나…’ 싶었습니다. 그러다 문득 ‘문 틈만 막으면 되겠는데?’ 하는 생각이 불현듯 떠올랐습니다. 온라인에서 찾아보니 스티커처럼 붙일 수 있는 문틈 봉인 스트립(Door seal strip)이 있었습니다. 이를 설치하고 나니 그 다음부터는 정말 어떤 냄새도 더 이상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다운사이징을 후회할 뻔했던 중대한 이슈 하나가 단돈 10불로 해결되는 순간이었지요.
장본 물건들을 주차장에서 엘리베이터까지, 또 엘리베이터에서 집 안까지 옮기는 문제 역시 아주 간단한 해법이 있었습니다. 다른 입주민들은 어떻게 하나 유심히 살펴보니, 대부분 바퀴 네 개 달린 접이식 카트를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엘리베이터에 여러 사람이 탈 경우 네 바퀴 카트는 다소 민폐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부부 둘뿐인 우리 집에는 부피가 작은 접이식 두 바퀴 손카트를 선택했습니다. 그랬더니 장보고 물건을 들여오는 수고 또한 말끔히 해소되었습니다. ^^
그렇게, 망설임 끝에 용기를 내서 실행했던 다운사이징은 결과적으로 매우 만족스러운 선택이 되었습니다. 사전에 염려했던 문제들은 막상 겪어보니 생각만큼 큰 문제가 아니었고, 불호 입장이었던 지인들이
지적했던 단점들 역시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늘 가까운 곳에서 해결책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분가하고 부부만 남은 5060세대에게 ‘콘도로의 다운사이징’은 꽤 현실적인 노후 솔루션이 아닐까 싶습니다. 주택에 살 때는 팔다리와 허리를 아프게 치울 일을 떠올리며 펑펑 내리는 눈을 보면 징그럽기까지 했었는데, 이제는 더 이상 징그럽지 않고 제법 낭만적으로 보이기까지 합니다. 그리고 콘도에 실제로 살아 보니, 주택에 살 때보다 훨씬 편리하고 좋은 점들을 그 외에도 여러 가지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다음 편에 계속..)